캐롤이 사라진 자리, 미디어아트가 채웠다
온라인에 없는 것을 팔아라: 백화점이 선택한 새 공식 ‘미디어아트 마케팅’
연말이면 어김없이 도시를 물들이는 초대형 미디어아트가 있다.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갤러리아, 코엑스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 공간에서 건물 전체를 스크린으로 만든 ‘연말 시즌 미디어아트’는 이제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쇼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온라인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경험의 스케일’을 만들기 위한 오프라인 백화점의 생존 전략이자, 새로운 마케팅 공식이다.
온라인이 훔칠 수 없는 가치: 공간 경험
온라인 쇼핑은 더 편리하고, 더 빠르고, 더 싸다. 상품, 가격, 리뷰, 정보 - 거의 모든 경쟁 요소에서 우위를 점한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백화점은 무엇으로 싸워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공간 그 자체’라는 감각 경험.
백화점들이 연말마다 내놓는 초대형 미디어아트는 단순한 조명이나 장식물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와야만 체험할 수 있는 ‘비대체 경험(Non-substitutable Experience)’이다.
화면으로 보면 반감되는 스케일,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몰입감,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시각적 파워 - 이 모든 것이 오프라인만의 무기다.
캐롤이 사라지며 더 중요해진 ‘시각적 계절감’
과거엔 연말을 알리는 장치가 사운드였다. 캐롤이 흘러나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겨울을 느꼈다.
하지만 저작권 이슈와 음악 재생 규제 강화로 상업공간에서 캐롤이 사라지면서, 백화점들은 새로운 ‘계절의 신호’를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사운드 대신 시각이 계절을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든 것이 바로 미디어아트다.
온라인이 아무리 고화질을 제공해도, ‘도시가 직접 발광하는 장면’을 흉내낼 수는 없다.
도시의 연말 랜드마크가 된 백화점의 LED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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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백화점 건물이 곧 미디어 플랫폼이자 IP의 캔버스가 되었다는 것.
오프라인의 경쟁력이 ‘전시’로 재정의되다
이제 백화점의 경쟁력은 매출보다 ‘방문할 이유’에서 나온다.
“온라인엔 없는 것”, “굳이 가야만 하는 것”, “찍어야, 공유해야 하는 것”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콘텐츠가 바로 미디어아트다.
백화점은 더 이상 단순한 유통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밤을 디자인하고, 계절의 분위기를 창조하며, SNS를 흔드는 시즌성 전시기관이 되었다. ‘보러’ 오고, 그 다음에 ‘사게’ 만드는 방식으로 전략이 재편된 것이다. 온라인이 가격·편의성으로 고객을 잡는다면, 오프라인은 경험·감성·공간성으로 고객을 불러들인다.
미디어 파사드는 그 전략의 정점이다. 도시가 연말마다 기다리는 하나의 시각적 축제가 되면서, 백화점은 ‘광고주’가 아니라 ‘문화제작자’로 변신했다.
결국, 오프라인이 이길 수 있는 길은 콘텐츠였다
온라인과 경쟁하는 대신, 온라인이 절대 제공할 수 없는 감각 경험을 브랜드의 중심으로 가져온 것. 그것이 백화점이 선택한 정답이다. 미디어아트는 단지 눈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오프라인 리테일의 미래 전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신호이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sh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