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호의 컬처테크] 플레이브(PLAVE) 플뿌우, 산리오를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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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리오(Sanrio)는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쿠로미 같은 캐릭터는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일관된 감정 자산을 축적해왔다. 그 감정의 본질은 ‘애정(affection)’이며, 산리오는 이를 “Small Gift, Big Smile”이라는 철학으로 정의해왔다.

그런 산리오가 버추얼 K팝 그룹 플레이브(PLAVE)와 손을 잡았다. 프로젝트명은 '플뿌우' (PLBBUU). 표면적으로는 아이돌과 캐릭터의 단순한 협업처럼 보이지만, 실은 음악과 캐릭터라는 두 개의 IP가 동일한 감정 세계 안에서 결합한 첫 실험이다.

플레이브 (PLAVE)의 두 번째 싱글 앨범 ‘PLBBUU’는 각 멤버를 산리오 캐릭터 테마로 디자인한 피규어형 앨범 패키지(5종 Ver.)로 제작됐다. 팬들은 음반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멤버와 캐릭터가 공유하는 세계관을 ‘수집’한다. 이는 단순한 굿즈 소비가 아니라 서사형 경험 소비(narrative experience)로, IP 비즈니스의 새로운 형태다.

플레이브 (PLAVE)는 K POP씬의 대표적인 버추얼 아티스트다.

그들은 여느 아이돌 그룹처럼 노래하고 방송하며 팬과 소통하지만, 그 존재는 3D 그래픽으로 구현된다. PLAVE의 팬덤은 물리적 실체보다 감정적 몰입과 서사적 관계에 기반한다. 바로 이 지점이 산리오의 ‘감정 IP’와 닮아 있다.

산리오는 그동안 문구, 패션, 화장품 등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협업을 이어왔지만, 최근엔 음악/디지털/팬덤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요시키(Yoshiki)와의 ‘요시키티(Yoshikitty)’, 세가토이즈와의 가상 걸그룹 ‘Beatcats’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번 PLAVE 협업은 일본 내부가 아닌 K팝 팬덤 생태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 참여형 감정 산업이다.

팬은 음악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수집하고 전시하며, 감정을 교환한다. 산리오의 ‘애정 경제(affection economy)’와 K팝의 ‘참여 경제(participation economy)’가 구조적으로 만나는 순간이 바로 이번 플레이브(PLAVE)×산리오(SANRIO)의 콜라보레이션이다. PLAVE 팬에게 산리오 캐릭터는 멤버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상징이 된다. 동시에 산리오에게 PLAVE는 자사 캐릭터를 MZ세대의 디지털 감성에 맞게 재포지셔닝할 수 있는 매개체다. 이 협업은 단순한 라이선스 계약이 아니라, 감정 자산과 팬덤 참여 구조가 융합된 양방향 브랜딩 모델이다.

산리오의 비즈니스 본질은 캐릭터 자체가 아니라 감정의 유통망을 설계하는 데 있다.

과거에는 인형과 문구류가 그 매개였다면, 이제는 음악과 가상 아티스트가 그 역할을 이어받는다. PLAVE×SANRIO 프로젝트는 그 변화의 상징이자, 캐릭터 IP 산업이 팬덤 기반의 경험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이제 그 무대는 더 이상 일본의 하라주쿠가 아니라, 서울의 디지털 팬덤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sh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