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ISEGYE IDOL)’이 미니 1집 ‘Be My Light’로 국내 주요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하며, 가상 아이돌이 현실 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엔터테크 전환점’을 열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온라인 화제성을 넘어, 버추얼 아티스트가 실물 음반 유통망까지 장악한 첫 본격적 성공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에스콰이어 겨울에디션, 이세계아이돌 표지. 이미지=이세계아이돌 X
에스콰이어 겨울에디션, 이세계아이돌 표지. 이미지=이세계아이돌 X

실물 차트 1위, 가상 아티스트의 실질적 돌파구 열다

예스24가 발표한 10월 5주 차(10월 27일~11월 2일) 음반 판매 집계에서 이세계아이돌의 ‘Be My Light’가 1위를 차지했다.

4위는 또 다른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의 싱글 2집 ‘PLBBUU’가 올랐다. 10위권 내 두 팀의 버추얼 그룹이 동시에 진입한 것은 국내 음반 시장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이세계아이돌은 인터넷 방송인 우왁굳이 기획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2021년 12월 17일 데뷔한 6인조 버추얼 걸그룹으로, ‘가상 인플루언서’ 기반 팬덤 문화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한편, 플레이브는 2023년 데뷔한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으로, 그룹명은 ‘Play’와 프랑스어 ‘Rêve(꿈)’을 결합한 이름이다. 작사·작곡·안무·프로듀싱 전 과정을 멤버들이 직접 수행하는 ‘자체 제작형 버추얼 아이돌’로 평가받는다.

멜론차트 캡처
멜론차트 캡처

“가상은 부캐가 아니라 현실이다”… 엔터테크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

이번 결과는 메타버스·AI 기반 버추얼 콘텐츠가 실제 음악 산업의 핵심 매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버추얼 아이돌은 유튜브·트위치·VR챗 등 온라인 팬덤 중심의 활동에 머물렀으나, 이번 실물 음반 차트 1위는 ‘가상 존재’가 더 이상 부캐릭터가 아닌 주류 음악 시장의 실질적 주체로 떠올랐음을 상징한다.

음악산업 전문가들은 이 성과를 “AI 보컬·3D 페이스모션·리얼타임 렌더링 기술 등 ‘엔터테크’가 콘텐츠 시장의 제작 구조 자체를 혁신한 결과”로 분석한다.

특히 팬덤이 디지털 소비를 넘어 실물 음반, 오프라인 굿즈로까지 확장되며, 전통적인 ‘팬덤→스트리밍’ 구조를 ‘팬덤→IP→상품화’로 재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엔터테크 산업, ‘버추얼 리얼리티 경제’로 이동

버추얼 아티스트의 부상은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의 경계가 해체되는 새로운 경제 구조, 즉 ‘버추얼 리얼리티 경제’의 시작을 알린다.

실시간 모션캡처·AI 보이스 합성·디지털 휴먼 엔진이 결합된 제작 시스템은 물리적 제약이 없고, 스캔들·공백 리스크에서도 자유롭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고정비를 줄이면서도 콘텐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버추얼 그룹의 음악 IP는 게임, XR 콘서트, NFT 굿즈, 팬 토큰 등으로 확장 가능하다.

팬들은 음반을 구매하고, 메타버스 공연장에 입장하며, 자신이 소유한 디지털 자산을 통해 그룹의 세계관에 직접 참여한다.

이는 엔터테크 업계가 추구하는 ‘참여형 콘텐츠 소비 구조’의 대표적 사례다.

국내외 시장이 주목하는 다음 단계

전문가들은 이세계아이돌의 사례가 국내 버추얼 아이돌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K-엔터테크 시장 진출의 선도 사례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영어권·일본어권 시장에서도 버추얼 아티스트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만큼, 한국형 버추얼 그룹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다만 과제로는 ▲지속적 팬덤 관리 ▲오프라인 체험 콘텐츠 강화 ▲IP 법적 보호체계 정비 ▲AI 보컬·이미지 생성의 저작권 문제 해결 등이 지적된다.

산업계는 향후 2년간 이 분야에 대한 투자 및 기술제휴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웃사이더 칼럼니스트  wiki_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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