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저녁, 화면이 켜지자 먼저 들려온 건 환호가 아니라 숨 고르기였다.
“스포일러를 참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말과 함께 멤버들의 표정이 하나둘 풀렸다. 두 주 전 MBC 버추얼 라이브 페스티벌에서 살짝 공개했던 무대를, 드디어 정식 발매와 함께 팬들에게 전부 보여주는 순간. 이세계아이돌의 컴백 라이브는 그렇게 시작됐다.
뮤직비디오 최초 풀뷰, 응원법 제작, 수록곡 소개, 피지컬·플랫폼 앨범 언박싱까지, 한 편의 ‘컴백 영화’ 같았다.
“공개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스튜디오 녹음으로 바뀐 제작기
이번 앨범 준비 과정에서 멤버들은 집이 아닌 현실 녹음 스튜디오를 적극 활용했다. 낯선 환경에 울컥했던 순간도 솔직히 꺼내놓았다.
“처음엔 부담이 컸지만 디렉팅과 장비가 받쳐주니 작업이 훨씬 빨랐다”는 고백은, 곡의 밀도를 높이려는 팀의 의지를 보여준다.
무대가 ‘가상’에서 시작됐더라도, 사운드는 더 현실 쪽으로 당긴 셈이다. 그 선택이 이날 라이브에 자신감을 얹었다.
“화려한 변신 대신 리얼리즘”...뮤직비디오 첫 단체 감상
하이라이트는 역시 ‘Be My Light’ 뮤직비디오 단체 감상이었다. 멤버들은 모니터 앞에 둘러앉아 셀프 코멘터리를 이어갔다.
[‘Be My Light’ 뮤직비디오]
▶세계관: 우주 항해-추락-복구-재기로 이어지는 드라마, 서로를 비춰 길을 찾는 ‘빛’의 은유.
▶비주얼: 로봇, 조종 콘솔, 정찰과 교전 같은 SF 질감과, 소소한 일상 컷의 대비.
▶톤: “멋있게 가자”는 합의 아래 변신 서사 대신 장비·현장감에 집중한 리얼 테이크.
그리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목인 ‘팀 롤’이 공개됐다. 파일럿, 공중무기, 스나이핑, 해커, 본체 조종 등 각자 맡은 포지션을 설명하며 “무너진 로봇을 다시 끌어올리는 장면의 주인공은 세구” 같은 TMI도 풀렸다.
이 덕분에 세계관은 더 입체화될 수 있었다.
가사가 잡아올린 감정선...“부서져도 좋아”, “같은 하늘 아래”
이날 멤버들이 반복해서 곱씹은 건 가사였다.
“부서진대도 좋아”, “같은 하늘 아래 웃고 있어”, “내 목소리를 들어줘”.
서로가 서로의 빛이 되자는 선언은 단지 문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뮤비의 서사와 겹치며 위로와 연대의 감정선을 끌어올렸다. 라이브를 보지 못한 팬이라도, 이 문장들을 따라가면 곡의 핵심 정서를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오늘 여기서 만들자”...실시간 응원법 제작의 순간
컴백 라이브가 팬 참여형으로 전환된 순간은 여기서다.
멤버들은 도입부와 후렴, 브리지에 콜 앤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를 배치하며 즉석에서 응원법을 설계했다.
박자를 쪼개기보다 간단한 구호를 반복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도록 조정했고, 일부 구간은 “팬 의견 수렴 후 업데이트하겠다”고 공언했다.
응원법이 ‘정답’이 아닌 진행형 프로젝트가 되는 방식이었다. 이세계아이돌다운 선택이었다.
수록곡 ‘Nameless’와 의상 디테일...“어려워 보이지만, 챌린지는 쉽게”
수록곡 ‘Nameless’는 전자 질감과 랩이 전면에 선다. 팀 전체의 톤은 밀리터리·테크웨어 쪽으로 묶되, 멤버별로 초커·체인·브릿지 헤어·네일·반지 등 개별 포인트를 달리해 캐릭터를 분리했다.
본 안무는 임팩트를 유지하고, 챌린지 버전을 따로 만들어 참여 허들을 낮추겠다는 계획도 공개됐다.
카메라가 지나갈 때 보이는 장식 하나, 언밸런스한 실루엣 하나에도 “왜 이 팀이 퍼포먼스 팀인지”가 설득된다.
언박싱은 ‘경험 설계’였다 ... 피지컬×플랫폼의 이중 루프
후반부에는 피지컬·플랫폼 앨범 언박싱이 이어졌다.
▶공통 패키지: 뮤비 비하인드가 담긴 포토북, 홀로그램 느낌의 CD, 양면 대형 포스터, 단체 빅 포카, 멤버별 포토카드 6종+스페셜 1종, 네임 스티커.
▶개인 버전: 멤버별 노트북 콘셉트(증명사진 커버, 포토카드 봉투, 미니 CD 등).
▶플랫폼 ‘스테이지’: 앱 접속 시 들을 수 있는 스페셜 음성 메시지까지.
수집과 감상, 그리고 앱으로 이어지는 이중 루프가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컴백 라이브는 콘텐츠-굿즈-앱을 하나의 체험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했다.
“보는 공연에서, 함께 만드는 무대로”
이날의 컴백 라이브는 정보 공개를 넘어 참여를 설계한 프로그램이었다. 스튜디오에서 다져 올린 사운드, 리얼리즘을 택한 SF 세계관, 즉석에서 짜올린 응원법, 그리고 피지컬·플랫폼을 관통하는 패키지 콘텐츠였다.
가상에서 출발했지만, 팬과 함께일 때 더 현실이 되는 팀인 이세계아이돌의 컴백 라이브는 ‘보는 공연’에서 ‘함께 만드는 무대’로 완성했다.
우주를 건너온 불빛은, 결국 서로를 비춰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웃사이더 칼럼니스트 sjb1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