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선택한 차세대 패권 기업은 왜 알파벳이었나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월가가 크게 흔들렸다.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아두며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던 워런 버핏이 마침내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통적 가치투자자의 이미지와는 가장 먼 곳, 인공지능(AI) 빅테크의 심장부인 ‘알파벳’에 6조원을 풀베팅했다. 동시에 오랫동안 “버크셔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자산”이라며 극찬해온 애플을 15조원이나 줄였다. 이건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다. 버핏이 자신의 철학 일부를 재구성한 역사적 순간에 가깝다.

많은 이들이 “AI 버블에 버핏마저 올라탔다”고 해석하지만, 이는 겉핥기 분석이다.

버핏은 여전히 AI의 구조를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반복해서 말했다. “AI가 무엇이 될지 확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가 알파벳을 선택했다는 건 기술 그 자체에 베팅한 것이 아니라 ‘문명의 구조 변화’에 투자했다는 뜻이다. AI 기술을 이해하지 않아도, 그 기술이 문명의 무게중심을 어디로 옮기고 있는지는 이해한 것이다.

애플을 줄이고 알파벳을 산 이유는 분명하다.

애플은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회사지만, AI 중심의 문명 재편 속에서는 점차 후발주자가 되고 있다. 반면 알파벳은 검색, 유튜브, 클라우드, TPU라는 네 가지 거대한 문명 레이어를 쥐고 있다. 검색은 인류의 실시간 데이터 입력장이고, 유튜브는 세계 최대의 행동 데이터 창고이며, 클라우드는 AI 시대의 운영체제 역할을 하고, TPU는 엔비디아와 정면 승부 가능한 자체 반도체 제조 인프라다. 이 네 가지를 모두 갖춘 회사는 전 세계에서 알파벳이 유일하다. 버핏은 기업의 제품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기업이 문명의 어느 층을 장악하는지를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AI 시대의 문명은 알파벳 위에서 돌아갈 확률이 가장 높다.

이번 선택이 더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성향이 전혀 다른 투자 대가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켄 피셔는 알파벳 비중을 확대했고, 드러켄밀러는 아마존과 신흥국 AI ETF를 매수했으며, 캐시 우드는 비트마인과 테슬라를 크게 늘렸다.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나 고평가 대형주는 줄이기 시작했다. 서로 스타일도 시계도 다른 이들이 모두 같은 흐름을 본 것이다. AI 기술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문명적 변화가 너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버핏의 투자는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10년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 쓰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언제나 이 질문으로 결론을 내린다. 10년 뒤 검색은 사라질까? 유튜브는 대체될까? 클라우드는 줄어들까? TPU의 수요는 감소할까? 이 모든 질문의 답은 ‘아니오’다. AI 시대에 오히려 더 필수적인 자산들이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했고, 애플은 AI 생태계에서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위치로 밀려나고 있다. 가치투자자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판단한다. 그래서 버핏은 애플을 줄이고 알파벳을 늘린 것이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포인트가 있다.

버핏은 AI 서비스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AI 제조장치 산업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GPU, TPU, 데이터센터, 모델 학습 인프라, 전 세계를 잇는 스트리밍 파이프라인 같은 하부 구조는 AI 시대의 새로운 공장이다. 삼성전자,하이닉스,현대차가 미래 제조를 위해 새 공장을 짓듯, 알파벳은 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공장’을 가지고 있다. AI가 소프트웨어를 가볍게 만들수록, 이 산업의 장치는 더 무겁고 깊어지며,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다. 가치투자자가 좋아하는 세계가 AI 서버실과 반도체 제조라인에서 되살아나는 셈이다.

결국 버핏은 AI에 올라탄 것이 아니다.

문명이 바뀌는 방향 위에 올라탔다. 그는 평생 코카콜라(브랜드 문명), 비자·아메리칸익스프레스(신용 문명), 애플(기기 문명)에 투자해왔다. 그리고 2025년, 그는 새로운 문명의 운영체제인 '알파벳'을 선택했다. 버핏이 AI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는 문명을 읽는 사람이다. 이번 베팅은 AI 시대의 패권을 사실상 공식 선언한 첫 번째 투자다.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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