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과 ‘AI 거품론’ 확산 속에서도 데이터센터와 서버 제조 생태계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두 기업은 AI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더 이상 모델 성능 자체가 아니라 이를 떠받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에서 결정된다고 판단하며,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정비하는 전략적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터센터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EPA, 연합뉴스
이터센터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EPA, 연합뉴스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매도 후 거대한 인프라 ‘몸집 불리기’ 들어가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엔비디아 지분 3,210만 주를 58억3천만 달러(약 8조5천억 원)에 전량 매각하는 결정을 내린 직후, 미국 오하이오주 로드스타운 공장을 AI 데이터센터 장비 생산기지로 전환하기 위해 최대 30억 달러(약 4조4천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콘으로부터 인수한 전기차 공장으로, 내년 1분기부터 오픈AI의 신규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모듈형 장비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투자로 소프트뱅크는 오픈AI의 초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공급망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게 된다.

오픈AI와 오라클의 '스타게이트' 협력으로 건설 중인 텍사스주 애빌린의 데이터센터 부지 항공 사진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오픈AI와 오라클의 '스타게이트' 협력으로 건설 중인 텍사스주 애빌린의 데이터센터 부지 항공 사진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AI 칩이 아니라 ‘전력·서버·냉각’이 돈이 되는 시대…손정의의 승부수

손정의 회장은 미래 AI 시장의 가치를 칩 제조보다 훨씬 넓은 범위, 즉 전력 확보·데이터센터 건설·냉각 시스템·모듈형 서버 생산 등 인프라 전반으로 보고 있다.

오픈AI가 2033년까지 250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한다.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AI 인프라 투자가 단순 협력 수준을 넘어 ‘미래 산업의 기초시설’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프트뱅크는 이 구조에서 가장 먼저 공급망을 장악하는 기업이 장기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공격적 투자를 밀어붙이고 있다.

폭스콘과 손잡은 오픈AI, ‘미국 제조 기반의 AI 생태계’로 전환 가속

오픈AI 역시 AI 하드웨어 개발 전략을 확장하며 미국 내 제조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이미 엔비디아·AMD와 수천억 달러 규모의 칩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브로드컴과 자체 서버 칩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애플의 아이폰 제조사로 유명한 폭스콘과 손잡고 데이터센터용 서버와 핵심 부품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콘은 미국 내 공장 확장을 위해 최대 50억 달러 투자를 선언했고, 오픈AI는 이를 통해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서버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이는 단순 제조 파트너십을 넘어 향후 미국 중심의 AI 인프라 구축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져올 구조다.

관세·지정학 압력 속 ‘미국 본토 생산’이 핵심 자산으로 떠올라

두 기업의 전략에는 미국·중국 간 공급망 분절과 관세 압박이라는 지정학적 요인도 작용한다. 미국 내에서 AI 서버와 핵심 부품을 생산하면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잠재적 관세 부과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저해하는 수급 지연 문제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프트뱅크와 폭스콘이 미국 본토 제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를 “AI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다시 세우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 흐름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AI 버블 우려 커져도, 인프라를 잡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최근 3주간 미국 나스닥 지수는 7.8% 하락했고, 구글·엔비디아 등 주요 AI 기업 주가는 거품 논란 속 하향세를 보였다. ‘빅테크가 스타트업에 투자 → 스타트업이 다시 빅테크 인프라 구매 → 기업 가치가 부풀려지는 순환 구조’라는 비판도 거세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와 오픈AI는 이 같은 단기 변동성을 의식하면서도 데이터센터 인프라만큼은 장기적 승자독식 구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샘 올트먼 CEO는 최근 직원 메시지에서 “당분간 경제적 역풍이 예상된다”고 인정하면서도 “AI 시대의 기반 기술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세대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결국 시장의 초점은 ‘AI 모델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큰 인프라를 지을 것인가’로 이동

AI 거품론이 커지는 가운데도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 AI 산업의 주도권은 모델 성능 경쟁이 아니라 이를 실제로 가동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규모에서 결정된다.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와 서버 생산 능력, 냉각 시스템 등 운영 인프라 전반이 곧 AI 기술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손정의 회장과 샘 올트먼 CEO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두 기업의 공세적 투자는 그 판단이 맞다는 확신에 기반한다.

AI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이들이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결국 “AI 인프라를 먼저 확보하는 기업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거머쥔다”는 전략적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