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자들이 봐야 할 5가지 포인트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19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확산되는 AI 버블 논란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회사가 확보한 5천억 달러 규모의 GPU 수주와 차세대 공급망 전략을 근거로 AI 인프라 투자의 가속이 계속될 것임을 강하게 주장했다.
■ AI 버블 논란 정면 반박… “엔비디아는 모든 단계에서 경쟁자를 압도한다”
젠슨 황 CEO는 3분기 실적 발표 컨콜에서 “엔비디아는 AI 모델이 작동하는 모든 단계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유일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버블론’을 근거 없는 과열 우려로 규정하며, 기업들이 이미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GPU 투자가 실수요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CEO의 발언은 GPU 수요가 단기적 과열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는 점을 시장에 분명히 알리는 메시지였다.
■ 5천억 달러 수주 잔고… 블랙웰·루빈까지 이어지는 압도적 장기 수요
엔비디아가 올해 초부터 내년 말까지 확보한 GPU 수주 잔고는 총 5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단일 기업이 확보한 반도체 공급 계약으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규모이며, 기업들이 대규모 AI 모델 확장을 중단 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CFO는 이 수주 규모가 현 세대 블랙웰뿐 아니라 차세대 ‘루빈(Rubin)’ 아키텍처까지 포함한 계약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앤트로픽을 비롯한 신규 고객사가 연이어 합류하면서 엔비디아의 수주잔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GPU 공급은 엔비디아 생태계 내에서 더욱 집중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의 AI 개발 속도 또한 이 글로벌 트렌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 중국 매출 ‘제로’ 가정… 지정학 리스크를 선반영한 공격적 전략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에서 중국향 H20 GPU 매출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긴장에 더해 중국 내 로컬 경쟁 심화가 맞물리면서 엔비디아는 4분기 전망에서도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을 ‘제로’로 가정하는 보수적 접근을 취했다.
크레스 CFO는 “중국 시장에서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공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미국 정부 및 중국 정부와의 협력 논의는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로 베이스 전략’은 중국 의존도를 축소하고 북미·중동 중심의 고성장 시장에 전력을 집중하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는 한국 반도체·서버 기업들에게 새로운 공급망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 미국 생산 확대 선언…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
실적 발표에서 특히 눈에 띈 부분은 엔비디아가 미국 내 GPU 생산 비중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점이다. 최근 애리조나주 TSMC 팹에서 첫 블랙웰 웨이퍼 생산이 시작됐고, 앞으로 폭스콘·위스트론·앰코 등과 협력해 미국 내 생산 역량을 점진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젠슨 황 CEO는 “TSMC, 패키징 파트너사, 메모리 업체, ODM 기업들이 모두 생산 확대에 완전한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첨단반도체 내재화 전략과 엔비디아 공급망이 정교하게 맞물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들도 HBM, 패키징, 파운드리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 내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엔비디아의 ‘초격차’는 어디서 오는가… CUDA·생태계·실수요의 삼중 구조
젠슨 황이 강조한 “엔비디아는 다르다”는 발언의 핵심에는 CUDA 중심의 폐쇄적이지만 강력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엔비디아는 GPU 하드웨어뿐 아니라 AI 모델 개발·훈련·추론의 전 과정을 통합하는 소프트웨어 도구와 컴파일러, 최적화 툴을 함께 제공하며 사실상의 ‘AI 플랫폼 기업’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구조는 경쟁사가 단순히 GPU 성능을 따라잡아도 시장 점유율을 뒤집기 어려운 장벽을 만든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AI 서비스를 구축할 때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엔비디아가 구축한 생태계는 단기 시장 변동성보다 훨씬 강력한 구조적 경쟁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번 실적 발표는 그 지속성을 다시 확인해주는 지점이었다.
■ 버블 논란과는 다른 세계… 엔비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돈을 벌고 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수주잔고, 생산 확대 전략, 지정학 대응 방식, 생태계 중심의 기술력은 AI 시장이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자본이 움직이는 산업 전환기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젠슨 황 CEO가 주장한 “버블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단순한 기업가의 자신감이 아니라, 이미 계약된 수요·강화된 공급망·차세대 아키텍처가 확고히 뒷받침하는 실질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있다.
AI 인프라 시장은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에 있으며, 그 중심에서 엔비디아는 기술과 공급망 모두에서 전례 없는 속도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투자분석가 yoian@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