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선정에는 인간 창의성 중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025년 시상식 운영 규정을 4월 21일(현지시간) 발표하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작품도 후보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번에 발표된 규정에는 "영화 제작에 사용된 생성형 인공지능 및 기타 디지털 도구들은 후보로 지명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도,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이는 AI 기술의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작품의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AMPAS는 "수상작 선정 시, 인간이 창의적 저작의 중심에 있는지를 고려해 성취도를 판단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아 창의성의 핵심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AI 기술이 영화 제작 현장에 이미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이는 아카데미의 정책에 있어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편, AI 기술의 활용은 이미 주요 후보작들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는 배우들의 헝가리 억양을 강조하기 위해 AI를 사용했고, 주연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3관왕을 차지했다. 그 외 '에밀리아 페레즈(Emilia Pérez)'와 '듄: 파트2(Dune: Part Two)' 역시 일부 AI 기술이 활용된 작품으로, 각각 여우조연상·주제가상, 음향상·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이번 규정에는 "아카데미 회원은 최종 투표에 앞서 후보에 오른 모든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는 조항도 새롭게 포함되었으나, NYT는 실제로 이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AI를 둘러싼 영화계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번 아카데미의 결정은 영화 산업 내 기술과 창작의 공존을 둘러싼 논의에 또 다른 전환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