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슈퍼컴 전쟁, ‘엑사플롭스 시대’ 본격 진입
슈퍼컴퓨팅 콘퍼런스서 톱500 발표…1위는 美 엘 캐피탄
세계 슈퍼컴퓨터 판도가 다시 한번 요동쳤다. 10일(현지시간)부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ISC 하이 퍼포먼스 2025(ISC High Performance 2025)’에서 공개된 전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 ‘TOP500’은 미국, 중국, 유럽 등 전통 강자 간의 기술 격차와 새롭게 떠오르는 아시아 기업들의 도전이 극명히 대비됐다.
삼성, 첫 등재에 세계 18위…국내 ‘SSC-24’가 KISTI ‘누리온’ 추월
TOP500에서 한국은 총 15대의 슈퍼컴퓨터를 등재하며 시스템 점유율 7위, 실측 성능 합산 323.11 PF(페타플롭스)로 세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1페타플롭스는 1초당 1천조 번의 연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삼성전자의 첫 슈퍼컴퓨터 시스템 ‘SSC-24’이다. 처음으로 TOP500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18위, 국내 성능 1위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기존 국내 최고 성능을 자랑하던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은 이번 평가에서 13.93 PF를 기록, 세계 109위에 머물렀다. 누리온의 후속 기종으로 준비 중인 슈퍼컴 6호기는 600 PF급으로 계획되어 있어, 내년에는 국내 순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도 가세…‘클라우드 기반 AI 슈퍼컴’ 시대 본격화
민간 기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
네이버는 슈퍼컴 ‘세종’을 통해 세계 50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클라우드’로 52위를 차지하며, 기술 경쟁력과 함께 클라우드 기반 AI 슈퍼컴 인프라 경쟁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는 국내 기술 대기업들이 단순 서비스 플랫폼을 넘어 고성능 연산 자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1위는 美 ‘엘 캐피탄’…독일 ‘주피터’ 4위로 진입
세계 1위는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엘 캐피탄(El Capitan)’이 차지했다. 실측 성능은 무려 1.74 엑사플롭스(EF)로, 기존 페타플롭스 기반 시스템과 비교해 1000배의 연산 성능을 자랑한다.
또 하나의 눈에 띄는 변화는 독일 ‘주피터 부스터(JUPITER Booster)’의 등장이다. 울리히 슈퍼컴퓨팅 센터가 운영하는 이 시스템은 이번에 처음으로 등장해 4위를 차지하며 유럽 슈퍼컴퓨팅 기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KISTI, 국제협력 확대 행보…차세대 ‘한국형 슈퍼컴 전략’ 주목
ISC 2025에 참가한 KISTI는 전시 부스를 통해 주요 성과를 소개하고, 해외 슈퍼컴퓨팅 센터 및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의 협력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슈퍼컴 6호기를 계기로, 한국형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전략의 방향성과 국제 공동연구 기반이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