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타트업, ‘AI 임신 로봇’ 출시 예고…과학계는 “기술 근거 희박”
인공 자궁, 양수 순환, 태아 성장 시뮬레이션까지…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

8월, 중국 심천의 한 로봇 스타트업이 “AI 임신 로봇을 1년 안에 출시하겠다”는 선언으로 국제 여론을 뒤흔들었다. 해당 기업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인간의 개입 없이 전 과정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인공 자궁과 양수, 영양 공급 시스템, 태아 성장 시뮬레이션 기술을 결합한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을 내년 상반기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기술 수준, 과학적 근거, 생명윤리적 책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상과학 소설 수준의 마케팅 쇼”라며, 로봇이 인간 생식 시스템을 모사할 수 있다는 주장 자체가 현실성과 검증 모두에서 문제라고 지적한다.

AI 임신 로봇 상상도  이미지=웨이보 캡처
AI 임신 로봇 상상도  이미지=웨이보 캡처

로봇으로 생명을 ‘재현’한다? 기술은 말하지만, 증거는 없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해당 로봇은 165cm 신장의 인간형 외형에 인공 자궁, 양수 순환 시스템, 영양 전달 회로, 자궁 수축 모사 장치까지 갖췄다고 한다. 시연 영상에서는 로봇 복부가 임신 주기에 따라 팽창하며, 내부에 태아가 자라나는 듯한 연출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기초 생리학적 원리에 대한 고려 없이 시각적 연출에만 의존한 구성이다. 중국 로봇 개발업체 심천 카이와 장치펑 대표는 “태아가 호스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태반 대사, 면역 거부반응, 대사 노폐물 처리, 미세 혈류 흐름 조절 등 인간 자궁의 복잡한 생리 시스템을 기계가 재현했다는 객관적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더구나 임상 데이터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뒤 돌연 발표 일정을 연기한 점도 의혹을 키운다. 이른바 “기술이 비교적 성숙하다”는 말 이외에 어떤 과학적 증거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배아 착상부터 이미 난제”…인간 출산 모사, 현실성 낮아

기존 인공 자궁 기술은 조산된 동물 태아를 몇 주간 연명시키는 데 그친다. 2017년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이 개발한 ‘바이오백’조차 양의 태아를 4주간 생존시킨 정도다. 인간 배아 전체 발달 과정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전례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복수의 의학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로는 태아의 면역계, 신경발달, 호르몬 반응을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AI나 센서를 집어넣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게다가 ‘정자·난자 수정→배아 착상→자궁 내 발달’이라는 복합적 절차 중, 정확한 착상 메커니즘과 태반 형성 조건조차 과학계에서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즉, 로봇이 이 전 과정을 모사했다는 주장은 현실적 검증 없이 던져진 ‘기술적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출산의 기술화, 인간의 권리인가 통제인가

기술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해당 프로젝트는 이미 사회적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결혼 없이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 “고통 없이 1930만 원으로 자녀를 얻을 수 있다”는 일부 네티즌의 반응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임신과 출산이 인간에게서 기술로 완전히 이전되는 순간, 생명윤리의 바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 도쿄대 히로아키 타나카 교수는 “임신이 여성의 고유 기능이 아니게 되는 순간, 성 권력 구조부터 가족의 정의까지 모든 것이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비판론자들은 “로봇 임신이 성소수자의 자녀 양육 문제 해결로 오용될 가능성”과 “생명의 기계화는 결국 소비화로 귀결될 위험”을 지적했다.

기술이 먼저냐, 윤리가 먼저냐…진짜 질문은 지금부터다

중국의 ‘AI 임신 로봇’ 선언은 단순한 기술 뉴스가 아니라, 과학기술의 방향성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신호탄이다. 과연 기술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기술이 생명을 ‘만드는’ 도구로 바뀔 때,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은 어떻게 보호될 수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로봇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왜 그런 기술을 원하고, 그것이 무엇을 대가로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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