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두 차례 유찰된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사업 재공모…조건 완화로 민간 참여 유도
다시 문 연 2.5조 대형 사업…두 번의 실패 끝에 달라진 조건
정부가 세 번째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공모를 시작했다. 앞서 두 차례 공모가 모두 유찰되면서 2조5천억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 장기간 표류했다. 민간 기업들의 부담이 크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조건을 전면 수정했다.
1차와 2차 공모 당시에는 SPC(특수목적법인) 지분 구조에서 정부가 49% 이상을 요구했고, 국산 AI반도체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여기에 공공 출자금에 대한 매수청구권 조항까지 포함돼 민간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유력 기업들이 참여를 주저했고, 결국 두 차례 모두 사업자 선정에 실패했다.
핵심은 GPU와 전력…상한 없는 반도체 조달, 전력은 확보 못하면 자동 탈락
이번 3차 공모에서 정부는 가장 강조한 조건으로 GPU 등 첨단 AI반도체의 확보와 전력 인프라 조성을 들었다. 첨단 AI반도체는 최소 1만5천 장 이상을 조달해야 하며, GPU, NPU, TPU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상한은 없고, 반도체 종류와 구성은 민간 자율에 맡긴다.
하지만 전력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금융 심사 이전까지 전력계통 영향평가에서 적합 판정을 받지 못하면 자동 탈락 처리된다. 전력 공급 계획에는 수전용량 확보 현황, 연도별 수요 예측, 지자체와의 협의 내용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하며, 신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계획이 포함되면 가산점이 부여된다.
정부는 전력 확보를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평가 통과의 ‘절대 조건’으로 못박았다.
국산 AI반도체는 ‘의무’ 아니지만 ‘가산점’…GPU 수요도 정부가 일부 책임
논란이 많았던 국산 AI반도체 의무 조항은 이번 공모에서 제외됐다. 다만 평가 항목 중 정성평가 요소로 포함돼, 제안서에서 국산 반도체 활용 계획을 담으면 가산점 부여가 가능하다. 정부는 전용 존 설치도 권장하고 있다.
GPU 수요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재정사업에서 초기 수요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초기 수익성 확보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간 지분 70% 허용, 매수청구권 삭제…기업 부담 줄었다
기존 공모에서 민간 기업들이 문제 삼았던 SPC 지분 구조도 완화됐다. 정부는 이번 공모에서 민간 지분을 최대 70%까지 허용하고, 공공출자금에 대한 매수청구권 조항도 삭제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책임은 커지지만, 사업의 자율성과 수익성 기대도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와 함께 통합투자세액공제 비율을 최대 25%까지 확대하고, 전력 인허가 관련 행정 절차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1개 팀만 신청해도 평가 진행”…연내 우선협상자 선정
정부는 이번 공모에서 참여 저조로 인한 유찰 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개 팀만 신청해도 요건만 충족하면 평가를 진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안서 접수는 10월 21일까지 진행되며, 기술·정책 평가가 11월, 금융 심사가 12월에 예정돼 있다. 이후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SPC 설립과 착수 협약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주요 IT·클라우드 기업, 대거 현장 참석…'3파전' 구도 유력
이번 설명회에는 삼성SDS, LG CNS, NHN,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KT, SK텔레콤, 구글클라우드코리아 등 주요 클라우드 및 IT 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쿠팡, 현대오토에버, 신세계아이앤씨 등 이종 업계 기업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울산광역시, 광주시 등이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공모가 네이버-NHN-SKT 중심의 3파전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일부 컨소시엄은 글로벌 기업을 참여사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AI 인프라 국산화의 시금석
정부는 이번 사업을 단순한 컴퓨팅센터 구축이 아닌, 국가 AI 인프라 전략의 핵심 기반으로 보고 있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이번 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며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한 평가를 통해 민간과 함께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런 행보는 최근 글로벌 AI 경쟁이 인프라 확보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고성능 GPU 확보 전쟁, 클라우드 기반 학습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한국형 AI 컴퓨팅 허브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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