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두 차례 유찰된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을 다시 추진하며 민간 기업들이 걸림돌로 지적해 온 핵심 조건을 대거 완화한다.
지분 구조와 매수청구권(바이백), 국산 AI 반도체(NPU) 의무 도입 비율 등을 손질해 참여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재생 에너지 활용과 인구소멸지역 입지 등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분 구조, 민간 우위로 조정
당초 정부는 센터 지분의 51%를 확보해 지배구조 우위를 유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간이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한다.
정부 내부에서는 “민간이 자본과 운영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청구권 부담 완화
기존 조건에는 정부가 원할 경우 민간이 공공 투자금을 매수해야 하는 매수청구권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민간이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도 장래에 불확실한 재무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정부는 해당 조항을 완화해 장기 리스크를 줄일 계획이다.
국산 NPU 도입 의무 폐지
국산 AI 반도체 확산을 위해 2030년까지 전체 반도체 구성의 최대 50%를 NPU로 채워야 한다는 의무 비율 규정도 삭제된다. 대신 센터 내에 국산 NPU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상면(IT 장비 설치 공간) 확보 조항만 유지한다. 정부는 별도 예산으로 국산 NPU 구매를 지원해 생태계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내 AI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NPU 의무화 삭제는 국산 반도체 육성 전략과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대표 AI’ 사업 기조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친환경·지역균형 가점 도입 검토
새 조건에는 재생 에너지 사용이나 인구소멸지역 입지 등에 가점을 주는 항목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는 AI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탄소 감축, 지역 균형발전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개소 시점 1년 연기 가능성
조건 변경과 재공모 절차로 인해 국가 AI 컴퓨팅 센터 개소 시점은 당초 계획했던 2027년에서 2028년으로 1년가량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연내 새로운 사업 공고를 내고 민간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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