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조력자' 인공지능

인공지능(AI)이 영화 창작 과정의 '조력자'로 등장하며 시나리오 작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과거 작가의 고독함이 영감과 집필의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협업하는 시대가 열렸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기술은 시나리오 초안 작업부터 캐릭터 설정, 플롯 구성까지 모든 단계를 혁신하며 영화 서사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초안': 창작의 첫걸음을 돕다

 이하 AI로 제작된 이미지임
 이하 AI로 제작된 이미지임

모든 작가에게 '빈 페이지 공포증'은 창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었다. 그러나 AI는 이 문제를 해소한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 대화 패턴, 혹은 전체 플롯 구성을 신속하게 만들어낸다.

작가는 AI가 생성한 여러 아이디어 중 영감을 얻어 이야기를 발전시키거나, 원하는 설정에 맞춰 새로운 초안을 끊임없이 실험한다. 이는 작가가 창작의 첫걸음에서 방황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방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협업': 그리고 윤리적 쟁점

AI가 시나리오의 초안을 작성한다면, 인간 작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정형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하지만, 인간만이 가진 독창적 감성과 깊은 통찰력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인간 작가는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다듬고, 캐릭터에 깊이를 부여하며 최종적인 서사 방향을 결정하는 '총괄 기획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AI를 단순한 글쓰기 도구가 아닌, 인간의 창작 효율을 극대화하는 파트너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AI의 등장으로 영화계는 새로운 윤리적, 창작적 쟁점에 직면한다. AI가 만든 서사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AI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면, 그 창작물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또한, AI가 과연 인간의 복잡한 감성과 독창성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진정한 예술적 창의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은 계속해서 던져질 것이다.

'공존': 새로운 창작의 길

AI는 시나리오 작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조력자다. AI를 활용해 창작의 효율을 높이고, 인간만이 가진 감성과 통찰력으로 스토리를 완성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영화계는 기술과 인간의 창의성이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선종호 칼럼니스트 pigbot9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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