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조 원 스타게이트, 한국이 열쇠 쥐나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1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방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1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방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2025년 10월 1일,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서울에 입국했다. 그는 곧장 SK서린빌딩으로 이동해 최태원 회장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 SK텔레콤 유영상 사장, 오픈AI 코리아 김경훈 대표도 함께했다.

이후 올트먼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이동해 이재용 회장을 만났다. 같은 날 저녁에는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삼성·SK·정부 수뇌부를 하루 동안 연달아 만나는 일정이다.

700조 원 규모 ‘스타게이트’가 겨냥한 것

올트먼 CEO의 방한 배경에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있다.

오픈AI는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4년간 5,000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자해 AI 전용 데이터센터와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목표는 10GW급 전력 용량과 수십만 개 GPU를 확보해 차세대 AI 모델과 에이전트형 AI를 훈련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 뉴멕시코, 오하이오 등지에서 부지를 확보했고, 엔비디아와 협력해 GPU 시스템 대규모 배치를 준비 중이다.

HBM과 파운드리, 삼성과 SK의 참여 가능성

삼성과 SK는 각각의 강점을 바탕으로 스타게이트 참여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엔비디아 GPU에 필수적인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역량을 모두 보유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SK그룹은 AWS와 협력해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착공하며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운영 경험을 확보했다.

두 그룹은 각각 반도체 공급과 데이터센터 건설이라는 역할로 스타게이트 협력 구조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의 ‘AI 수도’ 구상과 맞닿은 행보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을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왔다. 그는 최근 뉴욕에서 블랙록 CEO를 만나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의 AI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접견을 통해 정부와 오픈AI가 대한민국 AI 전환과 생태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올트먼의 방한은 정부 전략과 기업 행보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 글로벌 AI 허브로 도약할까

이번 만남은 돌발적으로 이뤄진 자리가 아니다.

지난 8월 말 한미 정상회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이미 올트먼은 이재용·최태원 회장과 접촉했다. 9월에는 오픈AI 코리아를 공식 출범시키며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고,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한국어 기반 서비스와 생태계 연동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방한은 이 같은 흐름이 구체적인 협력 시나리오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HBM4 공급 계약 ▲첨단 패키징·파운드리 협력 ▲국내외 데이터센터 건설 참여 ▲맞춤형 AI 가속기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력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과 SK가 스타게이트의 핵심 공급망에 합류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AI 인프라의 전략적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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