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K-Pop Demon Hunters)과 맞물린 K-컬처 키워드, 한복 세계화 전략 가속
추석 당일, 뉴욕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에 배우 박보검이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함께 진행하는 ‘한복웨이브(Hanbok Wave)’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전통의상인 한복을 현대적 패션으로 재해석해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 무대에 올려놓겠다는 상징적 선언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한류 스타와 협업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2022년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가, 2023년에는 배우 겸 가수 수지가, 2024년에는 배우 김태리가 각각 모델로 참여했다. 올해는 최초로 남성 배우가 단독 주인공이 됐다. 바로 배우 박보검이다. 그는 전통적 곡선과 현대적 패턴을 결합한 남성 한복 디자인을 선보이며, 남성 패션 영역에서 한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프로젝트에는 국내 유수의 한복 디자이너들이 힘을 합쳤다. 무궁화를 수놓아 선비의 품격을 담아낸 디자인, 고구려 의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의상, 저고리와 철릭에서 영감을 얻은 실루엣, 산수화의 강직한 기상을 표현한 작품까지 총 네 벌의 한복이 이번 화보에 담겼다. 박보검은 단순한 모델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복을 입는 남성 이미지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이 영상은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비롯해 파리 시타디움 코마르탱, 도쿄 신주쿠,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서 동시에 상영된다. 서울에서는 명동 신세계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10월 한 달간 볼 수 있다. 추석 당일, SNS에서는 화보 추가 컷과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며, 실물 화보집은 하퍼스바자 코리아 스페셜 에디션으로 10월 10일 발간된다.
타임스스퀘어를 비롯한 글로벌 랜드마크 전광판이 선택된 이유는 단순 홍보 효과를 넘는다. 하루 수십만 명이 오가는 세계 대중문화의 허브이자 SNS 콘텐츠 확산의 진원지로, 한복의 시각적 임팩트를 실시간 UGC(User Generated Content)로 증폭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전통문화가 대중문화와 만나 세계 패션 트렌드의 일부로 자리잡아가는 최근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2025년 들어 글로벌 밈과 OST 열풍으로 검색량이 폭증한 케데헌(K-Pop Demon Hunters) 현상은 이번 캠페인의 전략과도 연결된다. ‘케데헌’이 상징하는 K-컬처 파급력은 한복과 같은 전통 문화 키워드를 세계인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전통과 현대, 지역과 글로벌이 맞물린 이번 행보는 단순한 패션 프로젝트가 아니라 ‘K-컬처의 확장 서사’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정미 문체부 문화정책관은 “한류 스타 박보검을 통해 남성 한복의 세련된 미학을 세계에 알리고, 전통문화가 글로벌 트렌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