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창작의 도구를 넘어 연출 파트너로 나선 시대, 한국 영화는 ‘중간계’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영화 포스터

생성형AI, 영화 연출의 무대에 서다

한국 최초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을 활용해 완성된 장편영화 ‘중간계’가 오는 10월 15일 전국 CGV에서 개봉된다.

이번 작품은 포엔터테인먼트와 KT가 공동 기획하고, CJ CGV가 배급을 맡았다. 연출은 ‘범죄도시’, ‘카지노’로 흥행력을 입증한 강윤성 감독, 주연은 변요한과 방효린이 맡았다.

특히 국내 AI 연출 선도자로 꼽히는 권한슬 AI연출이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기술과 예술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현실이 됐다.

현실과 판타지를 잇는 ‘중간계’의 세계관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놓인 공간을 배경으로, 저승사자와 인간의 사투를 그린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포스터 속 무너지는 광화문 장면과 붉은빛의 불길한 하늘은 한국적 공간성과 초현실적 상상력이 결합된 독특한 세계관을 예고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AI로 만든 장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인간의 창작 의도에 맞춰 스토리·영상·리듬을 함께 설계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십 개의 프롬프트가 만든 ‘18종 크리처’… 인간-기계 협업의 결과물

권한슬 AI연출은 코멘터리 영상을 통해 영화에 등장하는 18종의 크리처와 액션 시퀀스 디자인을 직접 설명했다.

각 장면은 수십 개의 프롬프트(prompt)와 반복된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작됐으며, AI 모델은 배우의 동선, 조명, 카메라 앵글 등을 인식해 합성의 현실감을 높였다.

이는 단순한 영상 생성이 아니라 ‘증강 창작(Augmented Creation)’, 즉 인간과 AI가 협업해 예술을 조형하는 새로운 영화 제작 방식이다.

“AI 없인 불가능한 장면이었다”...강윤성 감독의 실험 정신

기존의 블록버스터 제작에서는 배우들이 그린스크린 세트장에서 연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간계’는 AI 기반 합성 기술을 통해 실제 외부 로케이션에서의 연기를 가능하게 했다.

강윤성 감독은 “AI 덕분에 현장감과 감정선이 살아났다”며, “배우의 연기가 공간 안에서 완벽히 녹아드는 순간, 기술이 예술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변요한 배우는 “AI의 연산 속도를 고려해 리허설 시간까지 철저히 계산했다”며, “기술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인간의 감정이 중심이었다”고 덧붙였다.

AI 연출, 영화 제작 구조를 뒤흔들다

‘중간계’는 단순히 ‘AI가 만든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영화 제작의 시간·비용·공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사례로 평가된다.

시각효과(VFX)와 배경 합성에 필요한 작업 기간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동일한 시나리오에서도 수십 가지 버전의 장면을 즉시 테스트할 수 있었다. 또한 일부 장면은 물리적 세트 없이 AI 합성만으로 완성되었다.

KT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AI 영상 제작 플랫폼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했다고 밝혔으며, 포엔터테인먼트는 “AI 연출이 인간 창작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도구로 쓰였다”고 강조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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