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는 더 이상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국, 초지능 시대를 선언하다”
■ ‘초지능’이라는 단어를 무대 위에 올린 중국
2025년 9월 24일, 항저우. 에디 우(Ed Wu) 알리바바 클라우드 CEO는 연례 콘퍼런스 무대 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AI의 끝은 AGI가 아니다. 그것은 초지능(ASI)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그의 23분 연설은 단순한 기술 발표가 아니었다. 중국 빅테크 최초의 ‘AGI 선언’, 그리고 AI 패권 구도를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전환점이었다.
알리바바는 이날 ‘초지능으로 가는 로드맵(Roadmap to ASI)’을 공개하며, AI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자기 반복과 진화를 거듭하는 ‘지능 진화의 2막’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 발언 직후 알리바바 주가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AI가 기술 비전에서 산업 성장 동력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 창업에서 ‘초지능’까지...알리바바의 진화 서사
1999년, 마윈(Jack Ma)은 항저우의 작은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립했다.
이후 20년간 이커머스·핀테크·클라우드로 사업을 확장하며, 중국 디지털 경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0년대 초, 빅테크 규제와 경기 둔화로 알리바바는 성장 모멘텀을 잃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에디 우(Ed Wu)이다. 그는 클라우드·AI 부문 수장을 맡으며, 알리바바를 “AI 중심 기업”으로 재정의하며, 플랫폼이 아닌 지능 인프라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AGI 선언은 이 전략 전환의 ‘종착점이자 시작점’이다.
알리바바는 이제 AI 기술을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기술 주권 프로젝트로 끌어올리고 있다.
■ 1조 파라미터 초거대 모델 ‘큐웬3-맥스’ 공개
AGI 로드맵의 첫 실체는 ‘큐웬3-맥스(Qwen3-Max)’였다.
알리바바는 이번 행사에서 이 모델을 공개하며, “미국의 폐쇄형 LLM에 맞서는 중국식 대형모델 전략”을 천명했다.
큐웬3-맥스는 1조 개 이상의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언어모델로, 실제 소프트웨어 문제 해결력을 평가하는 SWE-Bench에서 69.6점을 기록했다. 이는 GPT-4, 제미나이(Gemini)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델은 ‘즉각 응답(Instruct)’ 모드와 ‘심층 사고(Thinking)’ 모드를 지원한다. 단순 질의엔 빠르게 답하고, 복잡한 과제는 사고 단계를 늘려 깊이 있게 해결한다. 이는 오픈AI의 GPT-5가 내세운 ‘사고형 AI’ 패러다임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멀티모달 확장 모델 ‘큐웬3-옴니(Qwen3-Omni)’와 시각-언어 통합 모델 ‘큐웬3-VL’을 통해 텍스트·이미지·오디오·비디오를 아우르는 ‘실세계 이해형 AI’로 진화하고 있다.
■ 오픈소스 전략...“중국식 AI 민주화”
알리바바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보다 개방성(Open Source)이다.
큐웬 시리즈는 2023년 첫 출시 이후, 300개 이상의 모델이 오픈소스로 공개되었고, 누적 다운로드 수는 6억 회를 넘었다.
‘모델 스튜디오(Model Studio)’ 플랫폼은 100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사용 중이며, 17만 개의 파생 모델이 생성되었다.
이것은 오픈AI·구글이 폐쇄형 모델을 통해 ‘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정반대의 전략으로 알리바바는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AI 생태계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 인프라 강화...초지능 시대를 뒷받침할 ‘엔진’
초거대 모델을 돌리려면, 인프라가 받쳐줘야 한다. 알리바바는 올해 차세대 네트워크 ‘HPN 8.0’을 공개했다. 처리 속도는 800Gbps로 이전 세대 대비 두 배 향상됐다.
AI 보안 부문에서는 큐웬 기반 에이전트를 위협 탐지 시스템에 통합, 자동 대응률을 59%에서 74%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의 70%는 인간 개입 없이 자동화됐다.
데이터베이스 폴라DB(PolarDB)는 최신 CXL 기술을 탑재해 지연시간을 72.3% 줄이고, 메모리 확장성을 16배 높였다.
이는 ‘AI 에이전트 수십만 개가 동시에 작동하는 세상’을 대비한 구조다.
■ 전략의 핵심...AGI는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알리바바의 초지능 로드맵은 결국 AI 시스템의 재편 선언이다.
AGI와 ASI는 단일 모델의 목표가 아니라, 모델·인프라·에이전트·클라우드를 통합한 지능 생태계 전체를 의미한다. 알리바바는 오픈AI처럼 특정 모델 중심의 진화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AI를 둘러싼 모든 산업 구조를 다시 짜겠다”는 산업형 AI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디지털 정책과 결합되면, 이 전략은 단순 기업 비전을 넘어 국가 차원의 기술 독립을 의미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