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자립 가속… 엔비디아 의존 탈피 신호탄

 알리바바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알리바바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알리바바·바이두, AI 모델 훈련에 자체 개발 칩 투입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11일(현지시간),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자사 AI 모델 훈련에 직접 설계한 반도체 칩을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초부터 소규모 AI 모델 학습에 자사 칩을 적용하고 있으며, 바이두는 ‘쿤룬(Kunlun) P800’ 칩을 활용해 대표 AI 모델 ‘어니(Ernie)’의 새로운 버전 학습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훈련용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 중심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알리바바 AI칩, 성능 면에서 H20과 경쟁 구도

디인포메이션은 알리바바 내부 직원들의 평가를 인용해, 자사 칩의 성능이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저사양 GPU ‘H20’과 경쟁할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특히 AI 추론 작업에서의 처리 효율과 범용성 측면에서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 알리바바가 고성능 AI 추론 전용 칩을 자체 설계했으며 범용성이 높은 설계 구조를 채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급락하며 시장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바이두, ‘쿤룬 P800’으로 어니 모델 최신 버전 훈련

바이두는 자사 대표 AI 모델 ‘어니’의 새 버전을 훈련하는 데 자체 칩 쿤룬 P800을 시험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어니 시리즈는 지난 3월 공개된 AI 추론 모델 어니 X1과 대규모 언어모델 ‘어니 4.5’를 포함해, 중국 내 GPT-4 대항마로 불리며 주목받아왔다.

쿤룬 P800 칩은 AI 추론 및 학습 작업 모두를 지원하는 고성능 설계로, 바이두는 이를 통해 훈련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엔비디아 의존 낮추는 中, 반도체 독립 가속화

알리바바와 바이두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특히 AI 산업 발전의 핵심인 고성능 GPU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자체 해결책을 시도하면서, 글로벌 AI 칩 시장 재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이 확실히 시작됐다”며 “전 세계 개발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양산 능력… ‘AI칩 생태계’ 구축이 핵심

현재 알리바바와 바이두의 자체 칩 사용은 초기 시험단계에 가까운 수준이다. 고성능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학습시키기 위해선 여전히 막대한 연산 자원과 병렬처리,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이 필요하다.

향후 핵심은 이들이 자체 칩을 얼마나 빠르게 양산하고, 자사 및 파트너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다. 또한 텐서플로우(TensorFlow)나 파이토치(PyTorch)와 같은 기존 프레임워크와의 호환성 확보도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중국 내 AI칩 수요가 자체 생태계로 전환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 AMD 등 미국 기업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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