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트의 흐름을 보여주는 ‘시그널 온 세일’, 삼청동 7개 화랑에서 16일까지
디지털 아트가 어떻게 제작되고 유통되며 전시되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시그널 온 세일’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서울 삼청동 일대 7개 화랑에서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이번 행사는 VR, NFT, 코딩 기반 작품 등 확장된 디지털 아트의 흐름을 직접 관람하고 체험하며 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됐으며, 디지털 미술시장의 기반을 다지고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추진됐다.
백남준이 연 디지털 아트의 시작과 확장
디지털 아트의 출발점에는 백남준이 있다. 인터넷조차 없던 시대에 전원만 연결하면 시공간을 넘어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예견한 그의 시도는 비디오 아트를 통해 현실이 됐다.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이자 아트링크갤러리의 이경은 대표는 백남준을 ‘디지털 아트의 시조’라 강조했다.
오늘날 디지털 아트는 영상에서 더 나아가 컴퓨터 코드, 디지털 파일, NFT, VR 등으로 확장됐다.
삼청동 7개 갤러리에서 펼쳐지는 ‘디지털 아트 쇼케이스’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연 ‘시그널 온 세일’의 핵심 프로그램인 ‘디지털 아트 쇼케이스’가 삼청동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아트링크갤러리, 갤러리조선, 국제갤러리, 백아트,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피비갤러리, 학고재 등 총 7개 화랑이 참여해 디지털 아트를 직접 보고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코드와 전파로 생성되는 작품…백남준과 서효정의 실험
아트링크갤러리에서는 백남준의 ‘네온 TV’ 연작과 서효정 작가의 애니메이션 기반 디지털 작품이 전시된다.
백남준은 텔레비전 안에 소니 휴대용 TV ‘워치맨’을 넣어 전파 신호를 받아 랜덤한 빛과 잡음을 생성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구현했다. 이는 기존에 미리 만들어 둔 영상을 재생하던 것과 달랐다.
반면 서효정의 ‘옥춘당: 로테이셔널 어큐뮬레이션즈’는 비주얼 코딩 프로그램으로 구현된 컴퓨터 언어 기반 작품이다.
전통 과자 옥춘당을 닮은 알록달록한 원형 구조가 코드에 따라 회전하며 강렬한 색감을 재해석한다.
‘전시권’을 판매하는 새로운 유통 방식의 등장
서효정 작품은 소유권 대신 전시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상 자체는 SNS에 공개돼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지만, 전시권을 구매하면 해당 공간에서 작품을 공식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다.
작가는 “요즘의 작품 구매는 자기만 보려는 행위에서, 내가 이 작품을 가졌다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행위로 변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타포트·SDCR·NFT… 기술로 기록되고 증명되는 디지털 작품들
학고재에서는 엄정순 작가가 메타포트로 촬영한 태국 치앙마이의 코끼리를 디지털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3개의 영상이 각기 다른 평면에 투사되며, 검은 천에 비친 2개의 영상은 흔들리고 뒤편으로 빛이 투과돼 관람객이 빛을 체험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은 SDCR(스탠더드 디지털 캔버스 라이츠)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통해 소유권과 전시권이 관리된다.
작품을 소장하면 암호화된 저장장치, NFT 기반 보증서, 기술지원 플랫폼 등이 함께 제공된다.
VR 오페라와 디지털 블루스… 음악까지 확장된 디지털 아트 경험
국제갤러리에서는 정연두의 ‘피치 못할 블루스’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각자 연주한 연주자들의 영상이 한 화면에서 조합돼 마치 협연하듯 구현된다.
악기별로 ‘발효’ 콘셉트를 결합해 드럼 박자에 맞춰 막걸리 기포가 터지거나, 콘트라베이스의 움직임에 따라 만화경 효과가 나타나는 등 독창적 시각효과가 더해졌다.
피비갤러리에서는 퓨처데이즈가 선보이는 VR 기반 몰입형 오페라가 전시된다. 관람객은 메타퀘스트를 착용하고 3D 공간 속에서 AI 보컬이 부르는 오페라를 감상한다.
갤러리와 시장의 과제… “새로운 방식만큼 접근성 장벽도 존재”
한 갤러리 관계자는 디지털 아트 시장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소장·전시 방식이 생소해 수집가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거래 방식과 소장 방식이 다양해지는 만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최송아 객원기자 choesonga6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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