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바타 앱 ‘2wai’를 둘러싼 논란은 기술이 인간의 애도와 기억을 대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신기술 이슈가 아니라 ‘누가 기억을 소유하고, 누가 그 기억을 재현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진 사건이다.

죽은 어머니의 모습을 아바타로 구현한 2Wai의 홀로아바타. HoloAvatar technology 이미지=2Wai

“3분 영상이 영원이 된다”는 약속, 그 뒤에 숨은 기술과 균열

캐나다 출신 배우이자 AI 스타트업 ‘2wai’ 공동 창립자 캘럼 워디가 공개한 광고 영상 속 한 장면은 충격적이다. 임신한 여성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AI 아바타와 대화를 나누고, 훗날 태어난 아이가 성장해 성인이 된 순간에도 휴대전화 속 ‘할머니’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간다. 단 한 번의 3분짜리 영상을 입력하면, 죽은 사람의 목소리·표정·말투·반응이 모두 살아난다는 설정이다.

해외 매체와 SNS에서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술이 인간의 상실을 위로해주는 장면”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비인간적인 미래”, “애도를 산업화한다”, “블랙 미러급 디스토피아” 같은 강한 거부감이었다. 특히 향후 구독형 모델로 전환할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돈을 내지 않으면 돌아가신 부모님과 대화도 못 하게 되는 것이냐”라는 격한 비판도 쏟아졌다.

기술이 보여주는 감정적 울림과 불편함 사이에서, 이 앱은 지금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What if the loved ones we've lost could be part of our future? pic.twitter.com/oFBGekVo1R


기술은 기억을 복원하지만, 애도는 복원하지 못한다

2wai가 구현하는 아바타는 단순한 디지털 ‘사진 복원’ 수준이 아니다. 영상·음성·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모델이 생성되고, 사용자는 살아있는 사람과 통화하듯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기술적으로는 고인의 말투를 모사하고, 상황에 맞는 감정 반응을 학습해 ‘대화의 일관성’까지 구현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람이 떠난 뒤 남는 침묵은 슬픔의 일부다. 그러나 AI가 이 침묵을 ‘대화’로 대체한다면, 애도는 ‘끝낼 수 없는 감정’이 된다. 기술이 만든 위안이 오히려 상실을 멈추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생전에 3분짜리 영상을 찍었다고 해서, 사후에 그 영상이 ‘대화형 인격’으로 재활용되는 것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을까. 현행 법제는 이런 상황을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무료 → 구독 모델로의 전환은 결국 ‘고인을 만나는 감정’을 비용으로 환산하는 구조다.한 번 결제하면 평생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결제를 멈추면 아바타는 ‘접속 불가’가 된다. 기억은 플랫폼의 소유가 되고, 사용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플랫폼에 종속시키게 된다.

기술이 할 수 있는 것과 기술이 해서는 안 되는 것

AI 아바타는 기술적으로 매력적이다. 인간의 기억을 디지털로 저장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그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다는 발상은 분명 의미가 있다. 실제로 유족들이 과거 음성을 들으며 위로받는 사례도 많고, 디지털 기록은 역사의 새로운 형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wai 논란은 이런 질문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고인의 생전 영상은 가족의 것인가, 당사자의 것인가, 플랫폼의 것인가. AI 아바타가 그 기억을 변형하고 재구현하는 순간, 이 데이터는 누구의 삶을 재현하는 것인가.

▲인간과 기술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누군가를 ‘대체’하는 AI는 결국 인간 관계의 구조를 재편한다. 미래 세대가 실제 대면보다 ‘아바타 대화’를 선호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사회적 합의 없는 기술은 공백을 만든다. 사망자의 개인 데이터, 영상 기반의 AI 재현, 고인을 대상으로 한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은 전부 법적 공백지대다. 기술이 먼저 등장하고, 사회는 뒤늦게 그 위험을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억의 기술’이 아니라 ‘기억의 윤리’다

기술은 점점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 

언젠가 우리는 “기억을 복원한다는 것은 생명을 복원한다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을 마주할 것이다. 

기술은 인간의 감정을 대신할 수 없고, 애도를 단축할 수도 없다.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을 인정하고, 그 경계를 사회적 합의와 윤리로 설정할 때 비로소 ‘기억의 기술’은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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