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자율규제의 실패가 불러온 국가 개입의 귀환

『알고리즘의 아이들: 청소년, 플랫폼, 국가의 새로운 전쟁』

 

① 16세 금지의 시대: 국가가 SNS를 다시 통제하기 시작했다

② 인스타는 비교, 게임은 보상: 한국이 놓치고 있는 진짜 위험

③ 인터넷·게임 산업 성장과 청소년 보호를 함께 달성하는 법

이미지 = 호주 esafety 사이트 캡쳐 

호주가 다음달 10일부터 16세 미만의 SNS 계정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X 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모두 대상이다. 단순한 ‘청소년 보호’ 수준을 넘어 아예 존재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인데, 지난 20년간 플랫폼 기업들이 내세운 자율 규제 담론이 실패했다는 것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조치가 중요한 이유는 SNS의 위험이 더 이상 콘텐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인정했다는 데 있다. 끝없이 올라오는 피드, 멈출 수 없는 스크롤, 알고리즘이 설계한 비교와 경쟁. SNS는 단순한 ‘취향 교류’에서 벗어나 10대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됐고, 그 기계는 대개 아이들을 더 오래 붙잡아 두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호주가 막은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바로 이 ‘설계 자체’다.

물론 이 정책에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계정을 삭제한다고 10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회 계정, VPN, 대리 인증 등 미성년자들은 이미 모든 감시 체계를 뚫을 수 있다. 실제로 SNS는 그들의 1차 언어이자 사회적 인프라다. 접근을 전면 금지한다고 해서 청소년의 스트레스, 불안, 중독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호주의 조치는 어떤 의미를 갖는다.

국가가 더 이상 플랫폼 기업의 선의를 기다리지 않겠다는 뜻, 알고리즘의 이윤 논리를 사회적 규범이 제어해야 한다는 결정.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지낼 권리를 국가가 다시 회복시키겠다”는 선언이다. 전 세계 SNS 규제의 기준점이 사실상 다시 설정된 순간이기도 하다.

이 세계적 흐름에서 한국은 여전히 애매한 위치다.

청소년이 SNS·게임·메신저를 얼마나 쓰는지 누구나 알지만, 국가도 학교도 부모도 이 문제를 어디에서부터 다뤄야 하는지 합의를 못하고 있다. 규제는 없고, 책임만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 아이들은 이미 알고리즘이 정한 질서 속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 사회는 아직 그 현실을 ‘생활 습관의 문제’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SNS 규제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은 언제, 어떤 기준으로 동참할 것인가. 그리고 청소년의 디지털 경험을 보호할 것인가, 방치할 것인가.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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