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게임 중독을 ‘공부 방해’로만 보던 시각을 넘어서

『알고리즘의 아이들: 청소년, 플랫폼, 국가의 새로운 전쟁』

 

① 16세 금지의 시대: 국가가 SNS를 다시 통제하기 시작했다

② 인스타는 비교, 게임은 보상: 한국이 놓치고 있는 진짜 위험

③ 인터넷·게임 산업 성장과 청소년 보호를 함께 달성하는 법

한국 교육 현장에서 반복되는 말이 있다.

여자아이들은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단톡방 때문에 잠을 못 자고, 남자아이들은 게임 때문에 책상 앞에 앉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모두 맞는 말이면서 동시에 핵심을 비껴간 말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청소년의 디지털 사용 문제를 늘 ‘과몰입 vs 공부 방해’의 프레임으로만 다뤄왔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이 문제를 정신건강, 정체성 형성, 사회적 비교, 알고리즘 중독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호주와 유럽이 SNS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지=SORA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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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비교를 강요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의 탐색 탭, 틱톡의 추천 피드, 유튜브의 자동재생은 모두 청소년의 주의를 붙잡고 정서적 불안을 자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쁜 친구의 일상, 타인의 부유함, 성형·몸매·명품 콘텐츠가 매일 반복되고 증폭된다. 그 안에서 자신은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가. 10대의 자아는 아직 미완성인데, SNS는 그 빈 공간에 타인의 삶을 덧씌운다.

남자아이들 역시 다르지 않다.

이미지=SORA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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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SNS가 만든 비교의 감정 대신 즉각적인 보상과 통제감을 준다. 알고리즘이 부여하는 사회적 비교 대신 ‘레벨·점수·아이템’이라는 형태의 성취를 제공한다. SNS의 중독 구조가 감정 기반이라면, 게임의 중독은 시스템 기반이다. 둘은 형태만 다를 뿐, 아이들을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로 끌어들이는 알고리즘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문제는 한국이 이 두 현상을 ‘성별 차이’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학생의 SNS 문제는 “관계 스트레스”, 남학생의 게임 문제는 “학습 방해”로만 규정된다. 그러나 호주·유럽의 규제는 훨씬 더 정교하다. 위험을 ‘남녀’로 나누지 않고, 플랫폼의 구조가 청소년에게 어떤 심리적·행동적 패턴을 만들어내는지로 본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놓치고 있는 관점이다.

우리가 이제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청소년의 디지털 문제는 단순히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인가, 아니면 그들의 자존감·정체성·세상과의 관계를 바꾸고 있는 구조적 문제인가. SNS를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자신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전 세계는 이미 ‘청소년 디지털 보호 정책’이라는 새로운 규범 전쟁에 들어섰다. 우리나라만 여전히 “게임이 문제냐, 인스타가 문제냐”를 논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10년 뒤 우리가 맞게 될 사회적 비용은 지금의 교육 걱정보다 훨씬 클 것이다.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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