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제재가 중국 AI 반도체 시장의 지형을 뒤흔들며 예상치 못한 승자를 만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캠브리콘 테크놀로지(Cambricon Technology)와 이 회사를 공동 창업한 천텐스(陈天石·40) CEO가 있다.

한때 화웨이에 매출의 95% 이상을 의존하던 작은 설계 스타트업이었지만, 미국의 제재와 중국 정부의 국산 반도체 육성 정책이 맞물리면서 캠브리콘은 단숨에 중국 AI 칩 산업의 ‘정치적 수혜자’로 떠올랐다.

중국 천텐스 캠브리콘 테크놀로지 창립자 겸 CEO. 사진=천텐스 페이스북
중국 천텐스 캠브리콘 테크놀로지 창립자 겸 CEO. 사진=천텐스 페이스북

■ 24개월 만에 주가 765% 폭등… 천텐스의 재산도 33조원으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캠브리콘 주가는 최근 24개월 동안 765% 이상 폭등했다. 회사 지분 28%를 보유한 천텐스의 자산은 올해 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225억 달러(약 33조원)로 집계되며, 전 세계 40세 이하 부자 가운데 세 번째 부호로 올라섰다.

캠브리콘의 급등세는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 사용을 자국 내 주요 산업에서 제한한 8월 이후 더욱 가팔라졌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서버용 GPU가 차단되자 중국 기업들은 급히 국산 AI 칩으로 대체 수요를 몰아넣었고, 그 최대 수혜가 캠브리콘에 돌아갔다.

■ “새로운 기술 엘리트 집단의 탄생”… 제재가 만든 승자

블룸버그는 이번 현상을 두고 “자유 시장이 아닌 정치적 입장이 승자를 결정하는 새로운 기술 질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즉, 미국의 수출규제가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을 잠그자 중국 정부는 국가 전략 산업 보호 차원에서 캠브리콘·화웨이 등 자국 AI 칩 기업에 대규모 수요를 몰아주고 있다는 의미다.

■ 캠브리콘은 ‘중국의 엔비디아’가 될까?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의 연구원 써니 청은 “현재 중국의 대표적 AI 칩 설계사는 캠브리콘과 화웨이지만,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를 단기간에 모방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는 칩 성능뿐 아니라 개발자 생태계·소프트웨어 스택까지 포함한 전체 구조를 복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즉, 캠브리콘의 급성장은 ‘정책 효과’가 크게 작용했고, 기술적 경쟁력 측면에서 엔비디아를 빠르게 추격하기에는 아직 제한이 있다는 시각이다.

■ 천텐스는 누구인가… ‘딥러닝 칩 천재’의 성장 과정

천텐스는 2014년 ‘DianNao(디안나오)’ AI 가속기로 국제 연구 커뮤니티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형과 함께 2015년 뇌 신경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딥러닝 칩 ‘캠브리콘’을 개발했고, 중국과학원(Academy of Sciences)의 초기 자금 지원을 발판으로 독립 법인을 설립했다.

2017년 기준 매출 대부분을 화웨이에 의존했지만 2019년 이후 화웨이와의 협력 종료되면서 클라우드 서버·엣지 디바이스용 AI 칩 설계로 사업을 확장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된 지난 2~3년 사이 캠브리콘은 대형 국유기업·정부 기관·빅테크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며 사실상 ‘정책 드라이브형 AI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 미국의 제재가 만든 ‘정책 부자’… AI 칩 공급망 분절 가속

캠브리콘의 성장 스토리는 단순한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AI 칩 공급망을 양분하며 각국에서 새로운 ‘국가 중심 기술 부자’를 탄생시키는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묶이자, 그 빈자리를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국산 반도체가 빠르게 채우는 중이다. 이는 중·미 AI 칩 생태계의 완전한 분리를 가속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캠브리콘은 대표적인 ‘정책형 성장 기업’으로 부상했다.

테크인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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