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스코(Cisco), 휴메인(Humain)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합작사(JV)를 설립하며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전략적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번 행보는 AMD가 단순한 반도체 제조사를 넘어 AI 인프라의 설계자이자 운영 파트너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며, 엔비디아 중심의 판도를 중동에서부터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사우디는 왜 AMD를 택했나...‘대체재’가 아닌 전략 파트너로 부상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 차원의 AI 주권 확보를 위해 자체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부펀드(PIF)가 지원하는 휴메인,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의 강자인 시스코, 그리고 AMD가 한 축을 이뤘다.
사우디가 AMD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칩을 공급하는 업체가 아니라 하드웨어,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모두 결합해 제공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초기 구축 규모는 100MW이며, 2030년까지 최대 1GW까지 확장하는 계획이다. 1GW는 원전 1기의 출력에 달하는 규모로, 사우디가 중동 AI 허브 전략을 얼마나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지 보여준다.
AMD, MI450과 ROCm으로 완성하는 오픈 AI 생태계
AMD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최신 AI 가속기 'Instinct MI450'을 주력으로 투입한다. MI450은 엔비디아 H100·H200 라인업과 경쟁하는 AMD의 핵심 제품이다.
여기에 더해 AMD는 오픈소스 기반 AI 소프트웨어 생태계 'ROCm'을 강화해, AMD 기반 데이터센터에서도 대규모 학습과 추론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
즉, AMD는 이번 합작사를 통해 칩, 서버,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생태계를 실증하면서 엔비디아 중심 시장에서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두 번째 중심 축’을 만들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동을 선택한 진짜 이유는 새로운 시장 개척
AMD의 중동 전략은 단순한 지역 확장이 아니다. 중동과 아프리카는 엔비디아의 공급망과 개발 생태계가 비교적 약하게 형성된 지역으로 AMD가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이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AMD가 선제적으로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약한 신흥 지역을 공략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균형을 수평적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적 결정이다.
또한 사우디는 재생에너지 기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상을 추진 중이며 AMD는 이 친환경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엔비디아와 AMD의 경쟁 구도에 생긴 균열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우위에 있지만 글로벌 공급 병목과 수출 규제로 인해 각국이 엔비디아 의존도 낮추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AMD는 이런 흐름에 맞춰 가격경쟁력, 개방형 생태계, 공급 확장성을 핵심 무기로 삼아 신흥국과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공격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사우디 프로젝트는 AMD가 국가 단위 인프라 사업에서 실질적인 대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후 다른 국가들의 AI 주권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넘어 AI 산업 구조로 확장
AMD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AI 하드웨어 기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합작사가 수행할 범위는 단순한 칩 납품이 아니라 설계, 구축, 운영, 고객 확보까지 포함하는 풀스택 모델이다.
이는 AMD가 엔비디아처럼 소프트웨어 중심 생태계를 갖추는 동시에 데이터센터 레이어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AMD는 하드웨어 기업의 틀을 벗어나 AI 인프라 운영사로 진화하는 중이다.
왜 지금 AMD인가
사우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AMD 전략의 방향성이 분명해진 대표 사례다.
AMD는 더 이상 ‘엔비디아의 저렴한 대안’이 아니라 글로벌 AI 인프라를 함께 설계하고 공동 구축하는 파트너 기업으로 자리잡으려 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약한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며 AI 인프라 경쟁 구도의 재편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