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HPC 모두 잡은 ‘엘 캐피탄’, Top500 정상 지키며 존재감 과시

AMD가 또다시 세계 슈퍼컴퓨터 왕좌를 지켰다.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슈퍼컴 성능 지표만큼은 AMD가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신 Top500 발표에서 미국 에너지부(DoE)가 운용하는 슈퍼컴퓨터 ‘엘 캐피탄(El Capitan)’이 1위를 차지하며 AMD 주도의 HPC(고성능컴퓨팅) 생태계가 건재함을 증명했다.

'AMD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발표 중인 리사 수 AMD CEO. 사진=AMD 유튜브
'AMD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발표 중인 리사 수 AMD CEO. 사진=AMD 유튜브

AMD, Top500 상위권 장악… “10대 중 4대가 AMD 기반”

AMD는 17일(현지시간) 발표를 통해 세계 상위 10대 슈퍼컴 가운데 40%, 전체 Top500 중 177대(35%)가 AMD 기반이라고 밝혔다. 엘 캐피탄뿐 아니라 다수의 연구기관·국가 프로젝트가 AMD CPU·GPU 조합을 선택하면서, HPC 영역에서 AMD의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이번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한 엘 캐피탄은 'AMD EPYC CPU'와 'Instinct GPU' 기반의 엑사스케일(Exascale) 시스템이다. 엑사스케일은 초당 1엑사플롭스 이상의 연산 능력을 갖춘 차세대 슈퍼컴 구조로, 미국·유럽·일본이 국책 사업으로 경쟁하는 분야다. 그 중심에 AMD의 풀스택 기술이 들어가면서, HPC 시장에서 AMD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전력 효율성도 압도… 그린500 상위 50대 중 절반이 AMD

고성능뿐 아니라 전력 효율성 지표에서도 AMD는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된다.

전력 대비 연산 능력을 비교하는 ‘그린500’에서 상위 50대 중 26대가 AMD 시스템으로 집계됐다. AI·HPC 운영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력 효율 설계는 연구기관의 선택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업계에서는 “엑사스케일급 슈퍼컴은 성능 경쟁 못지않게 전력 최적화가 필수”라며 “AMD가 CPU·GPU·인터커넥트 전반에서 효율성을 강화한 전략이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AI 시대의 슈퍼컴, AMD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최근 AI 모델의 크기와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슈퍼컴퓨터는 단순 HPC를 넘어 ‘AI 팩토리’로 진화하고 있다. AMD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차세대 AI 슈퍼컴 ‘럭스(Lux)’와 ‘디스커버리(Discovery)’를 발표했다.

▲럭스(Lux): 2026년 미국 오크리지 연구소에 구축 예정. 소재·바이오·에너지 연구용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 특화.

▲디스커버리(Discovery): 세계 첫 엑사스케일 시스템 ‘프런티어(Frontier)’의 후속 모델로 AI·HPC 통합 연구 수행.

두 시스템 모두 차세대 Instinct GPU + EPYC CPU 조합으로 설계됐으며, 과학·기후·에너지 분야의 핵심 AI 연구를 지원하는 구조다.

기업용 AI 시장에서도 속도… ‘Enterprise AI Suite’ 공개

AMD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겨냥한 ‘AMD 엔터프라이즈 AI 스위트’도 발표했다.

이는 GPU·CPU 인프라 관리부터 모델 학습·배포·자동화까지 하나의 스택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오픈소스 기반이다.

AI 인프라 시장은 현재 엔비디아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AMD는 개방형 생태계를 무기로 AI·HPC 양축 공략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 전성 시대, 슈퍼컴 최강자는 AMD”… 의미는?

엔비디아가 생성형 AI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슈퍼컴퓨팅 분야에서 AMD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국가 주도의 대형 연구 프로젝트에서 AMD 기반 시스템의 채택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 모델링, 에너지 시뮬레이션, 핵융합 연구 등 초대형 과학 연구 분야에서 AMD의 존재감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또한 AI와 HPC가 통합되는 최신 컴퓨팅 흐름 속에서 AMD가 CPU·GPU·네트워킹을 아우르는 ‘풀스택’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서버·CPU 생태계에서 AMD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슈퍼컴 인프라 구축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력 효율성과 오픈소스 전략 역시 AMD 시스템을 선택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운영 효율성과 비용 최적화가 핵심인 국책 슈퍼컴 환경에서, 고효율 아키텍처를 갖춘 AMD 시스템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AMD는 “Top500과 그린500 결과는 HPC와 AI 전반에서 자사의 기술 경쟁력을 다시 확인해주는 지표”라며 “글로벌 국가 프로젝트와 기업용 AI 인프라 시장에서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테크인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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