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7,000mAh를 넘어 8,000~1만mAh급 초대형 배터리를 전략적으로 채택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기술 경쟁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구글이 안정성을 이유로 5,000mAh 전후에서 보수적 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중국은 실리콘 탄소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워 ‘용량 중심’의 새로운 시장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샤오미 17 맥스.  사진=샤오미
샤오미 17 맥스.  사진=샤오미

샤오미, 7,500~8,000mAh로 라인업 전반을 대용량화…중가·플래그십 모두 확대

샤오미(Xiaomi)는 대용량 배터리 경쟁에서 단일 모델이 아니라 전 라인업 규모로 전략을 확장하고 있는 제조사다.

대표 모델인 샤오미 17 프로 맥스에는 7,500mAh 배터리가 탑재됐고, 하위 라인업인 레드미 K90 울트라에는 8,000mAh 급 배터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샤오미는 플래그십뿐 아니라 중가·보급형까지 대용량 배터리를 확산시키며 ‘샤오미 스마트폰=오래가는폰’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포지션을 형성 중이다.

샤오미의 선택은 단순한 스펙 경쟁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 개선을 중심에 둔 장시간 사용 전략에 가깝다. 게임·영상 소비가 많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 ‘하루 종일 충전 없이 버티는 폰’은 매우 강력한 구매 요인이기 때문이다.

레드미 K90 울트라.  사진=샤오미
레드미 K90 울트라.  사진=샤오미

아너는 8,000mAh에서 1만mAh까지…‘대용량 전쟁’의 또 다른 주역

샤오미와 함께 대용량 경쟁을 대표하는 제조사는 아너(Honor)다.

아너의 500 시리즈는 8,000mAh, X70 세계 최초 8,300mAh, 아너 파워 2(예정)는 1만mAh 탑재 예정이다. 

아너는 이미 실리콘 탄소 기반 배터리 기술을 전면 도입해 고속 충전(80W/50W)을 결합시키며, 스마트폰을 보조배터리 수준의 지속이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이 게임·출퇴근·영상 소비로 인해 장시간 사용을 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너의 전략은 시장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확보한 모델로 평가된다.

아너의 500 시리즈.  사진=아너
아너의 500 시리즈.  사진=아너

원플러스·오포도 동참…중국 스마트폰 전반이 ‘대용량화’로 이동

샤오미와 아너뿐 아니라 원플러스(OnePlus)와 오포(OPPO)도 7,000mAh 이상 배터리를 공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원플러스 15는 7,300mAh + 120W 충전, 에이스 6는 7,800mAh, 에이스 6T는 8,000mAh 예정이다. 오포 파인드 X 프로는 7,500mAh로 전작 대비 1,590mAh나 배터리 용량이 커졌다.

이들 제조사 역시 실리콘 탄소 음극재 기반 배터리를 활용해 두께 증가 없이 용량을 늘리며, ‘화소·속도·용량’으로 이어지는 스펙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왜 중국 스마트폰만 이렇게 과감하게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가

①중국 시장 특성: 장거리 통근 + 모바일 게임 + 영상 소비

중국은 지역 간 전파·전력 품질 편차가 크고, 출퇴근 평균 이동 시간이 길다. 여기에 모바일 게임·숏폼 영상 소비가 폭증하면서 ‘충전 불안’이 일상화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대용량 배터리 선호를 시장의 주류로 만들었다.

②숫자로 보이는 스펙 경쟁이 곧 브랜드 경쟁력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스펙 중심의 경쟁이 매우 강하다.

▲화소(카메라) ▲충전 속도(W) ▲배터리 용량(mAh) 이 세 가지는 소비자가 매장에서 즉시 비교할 수 있는 지표로, 샤오미 같은 제조사에겐 빠르게 눈길을 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차별화 수단이 된다.

③실리콘 탄소 배터리 양산 속도, 중국이 압도적

CATL·ATL·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실리콘 음극재 기반 배터리의 상용화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추진하고 있으며, 제조사들은 ‘기술 완성도보다 시장 속도’를 우선하는 방식으로 신제품을 빠르게 내놓고 있다.

삼성·애플·구글은 왜 5,000mAh 선을 넘지 않는가

글로벌 제조사들은 여전히 안정성 중심의 전략을 고수한다.

각사의 대표 기종 배터리 스펙은 아이폰 17 프로 맥스 5,080mAh, 픽셀 10 프로 XL 5,200mAh, 갤럭시 S25 울트라 5,000mAh다. 

①실리콘 탄소 배터리의 팽창 위험(‘배부름 현상’) 미해결

실리콘 탄소 배터리는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 팽창률이 최대 300%에 달해 장기간 사용 시 배터리가 부풀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②무게·두께·내구성·방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보수적 접근

특히 애플과 삼성은 1mm 두께 변화에도 소비자 반응이 민감해 대용량 배터리를 무조건 적용할 수 없다.

③효율 중심 전략으로 칩셋·OS·AI 기반 전력관리 강화

글로벌 제조사들은 용량을 키우는 대신 칩셋 효율과 OS 최적화, 무선 충전 생태계 확장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샤오미와 중국 스마트폰이 ‘배터리 용량의 미래’를 먼저 연다

샤오미를 중심으로 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미 8,000~1만mAh 시대를 열었다. 이는 단순한 스펙 경쟁이 아니라 ▲실리콘 탄소 기술 상용화 속도 ▲내수 시장의 장시간 사용 패턴 ▲‘수치 중심’ 소비자 문화가 결합해 만들어낸 중국 특유의 시장 변화다.

삼성, 애플, 구글이 안정성과 설계 완성도 중심의 정책을 유지하는 동안, 샤오미는 대용량 배터리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포지션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효율을 택한 글로벌’ vs ‘용량을 택한 중국’이라는 두 갈래 전략이 공존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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