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애플은 지금 실존 위기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애플이 더 이상 기술 리더가 아닐 수도 있다.”

글로벌 기술 업계에서 이처럼 단정적인 경고가 나오는 건 흔치 않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애플은 실제로 AI 전환의 흐름 속에서 정체 혹은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핵심 원인은 ‘시리’로 대표되는 자사의 인공지능(AI) 역량 부족이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AI 경쟁에서 심각한 후발 주자로 밀려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 격차를 넘어 ‘존재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망한 ‘시리’가 애플 위기의 상징

AI 음성비서 시리는 여전히 현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답변으로 사용자 불만을 사고 있다. 실제로 팀 쿡 CEO가 “헤이 시리, 상황이 나아질까?”라고 물었을 때, 시리는 “미국 CDC에 따르면 코로나19 증상은 일주일 정도 뒤에 호전된다”고 응답해 충격을 줬다. 이는 애플의 AI 기술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애플 역시 자체 AI 개발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 법무부의 구글 반독점 소송 재판에 출석한 에디 큐 애플 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은, “오픈AI, 퍼플렉시티, 앤스로픽 등과 협력해 애플의 제품군에 AI를 통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이 독자 생태계 구축보다는 외부 기술에 의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시나리오1] ‘시리 실패’… 애플, 기술의 껍데기으로 전락?

만약 애플이 AI 주도권 확보에 실패할 경우, 두 가지 비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릇 골짜기(Vessel Valley)’ 아이폰과 애플워치는 구글, 오픈AI, 메타의 AI 서비스만 담는 기기로 전락. 브랜드는 유지돼도 기술력은 사라진다.

‘기기 절벽(Hardware Bluff)’ 웨어러블·XR·스마트 안경 등 차세대 기기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려 설 자리를 잃는다. 메타는 AI 탑재 선글라스를 이미 시장에 내놨고, 오픈AI는 전 애플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AI 기기를 공동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애플은 더 이상 혁신 선도자가 아니다. 빠른 추격자이긴 하지만, 너무 뒤처지면 추격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나리오2] ‘시리 이상향’… 애플, AI로 다시 도약할까

반면, 애플이 시리의 완전한 혁신에 성공할 경우에는 새로운 기회도 존재한다.

‘로봇 안착지’ 시리는 자연어 처리 능력을 갖추고 실제 명령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진정한 디지털 비서로 진화한다.

‘웨어러블 천국’ AI 기반 애플 글래스는 사용자 시야를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애플워치는 건강 조언과 질병 예측까지 가능한 의료 보조기기로 진화한다.

‘자동화의 길목’ 애플은 가정용 AI 로봇 서비스를 월 구독 형태(예: Apple Intelligence+, 월 $29.99)로 제공하며, 청소, 커피 제조, 일정 관리까지 수행한다.

승부처는 6월 WWDC… ‘진짜 시리’가 나올까?

AI 시대를 대비한 애플의 전략은 다음 달 열리는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5)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이번 WWDC는 애플이 ‘기술 리더’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디 큐 부사장은 “AI 같은 기술 변화는 아이폰 이후의 새로운 기기 시장을 열 것”이라며, “10년 뒤에는 아이폰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진짜 중요한 건,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지금’ 살아남는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