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맞아 컴퓨텍스가 글로벌 반도체 전략 허브로 부활
– 퀄컴, 엔비디아 AI 칩과 연결되는 데이터센터용 CPU 개발 공식화
– SK하이닉스 HBM4·삼성디스플레이 첫 참가… 국내 기업도 AI 인프라 선점 나서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가 오늘(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하며,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겨냥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코로나 이후 다소 주춤했던 컴퓨텍스는 최근 AI 열풍을 타고 ‘세계 최대 AI 하드웨어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기조연설을 진행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신사옥 부지를 발표하고 있다. 배경은 신사옥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기조연설을 진행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신사옥 부지를 발표하고 있다. 배경은 신사옥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1981년 첫 개최 이후 PC 제조 중심의 하드웨어 박람회로 성장했던 컴퓨텍스는, 모바일 전환기와 팬데믹을 거치며 존재감이 희미해졌으나, 2022년부터 본격화된 생성형 AI 붐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엔비디아, 인텔, AMD, 퀄컴, TSMC 등 세계 주요 칩셋 기업이 총출동하며 ‘AI 인프라 주도권’ 경쟁을 전면화했다.

 

퀄컴, “엔비디아와 직접 연결되는 데이터센터용 CPU 개발한다”

퀄컴 로고와 크리스티아누 아몬 CEO (사진=타이베이 로이터, 연합뉴스)
퀄컴 로고와 크리스티아누 아몬 CEO (사진=타이베이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컴퓨텍스의 핵심 뉴스 중 하나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Qualcomm)의 CPU 시장 복귀 선언이다. 퀄컴은 2010년대 시도했던 데이터센터용 CPU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으나, AI 연산 수요 증가와 GPU–CPU 통합 아키텍처 확산에 따라 다시 참전장을 던졌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는 개막 첫날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새 CPU는 엔비디아의 랙 스케일 아키텍처와 직접 연결되어 데이터센터의 고성능·고효율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CPU는 엔비디아의 AI 칩 GB200, GB300 시리즈와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으며, 퀄컴은 이미 메타(Meta)와의 협업을 진행 중이고, 사우디의 AI 스타트업 ‘휴메인(Humain)’과도 MOU를 체결한 상태다.

이로써 퀄컴은 기존의 ‘GPU+CPU’ 결합 흐름에 독자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엔비디아 중심 생태계에 ‘외부 CPU 연동’이라는 새로운 옵션을 제안했다.

 

글로벌 CPU 경쟁 본격화… 인텔·구글·아마존도 AI 대응 강화

퀄컴의 복귀 외에도 AI용 데이터센터 CPU 시장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인텔은 ‘제온(Xeon)’ 시리즈를 통해 전통적 강자의 저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AMD는 고성능 AI 연산용 프로세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자체 설계한 CPU를 내놓으며 ‘AI 칩 독립’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우, GPU뿐 아니라 자체 CPU인 ‘그레이스(Grace)’를 결합한 아키텍처로 AI 칩 생태계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번 퀄컴의 도전은 그 구조에 ‘외부 협력 가능성’이라는 변수를 추가하는 의미를 갖는다.

 

국내 기업들, AI 하드웨어 ‘핵심 부품’ 전면 배치

'TSMC 2025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 전시된 SK하이닉스 HBM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연합뉴스)
'TSMC 2025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 전시된 SK하이닉스 HBM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연합뉴스)

글로벌 칩 전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AI 인프라 주도권 경쟁에 본격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컴퓨텍스에 전시 부스를 마련, 지난 3월 엔비디아 GTC 2025에서 최초 공개한 HBM4(고대역폭 메모리 4세대)를 집중 전시한다. HBM4는 AI GPU의 성능을 좌우하는 필수 부품으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TSMC와의 기술 협력을 강조하며 글로벌 공급망 중심에 있음을 재확인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처음으로 컴퓨텍스에 참가, AI 관련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을 공개하며 시각 기반 AI 생태계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로봇 비전, XR(확장현실), AI 컨트롤 UI 등 차세대 인터페이스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행보로 풀이된다.

 

AI 생태계의 권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컴퓨텍스 2025는 더 이상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다. AI 산업을 구성하는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들이 전략을 발표하고, 생태계 지배력을 겨루는 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CPU·GPU·HBM·디스플레이 등 AI 인프라 전반에 걸쳐 글로벌 밸류체인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퀄컴의 복귀, 한국 기업들의 대응, 엔비디아의 중심 전략이 맞물리며 새로운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AI 연산의 심장부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2025년의 컴퓨텍스는, 그 미래를 결정할 전초전이 되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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