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 속, 원자력·수력·태양광 모두 기술적 한계…“이젠 전기 저장이 해답”

“AI의 최대 리스크는 전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 중후반부터 AI 데이터센터들이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연산에 사용되는 GPU 클러스터와 고성능 서버 랙은 엄청난 전력을 소모한다. 구글 역시 미국 현지 보도에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시스템 용량 자체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권역별 전력 전략’ 꺼내든 한국…그러나 한계도 뚜렷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7월 7일 국회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략 세미나’에서는 수도권 과밀화와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에는 소규모 데이터센터, 호남에는 재생에너지 기반 대형센터, 영남에는 원전 전력망 기반 센터 유치”라는 권역별 전략을 제안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략 세미나  사진=연합뉴스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략 세미나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앞서 5월 말 발표한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을 통해 2028년까지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전용 신규 변전소 8기, 총 4.1GW 규모의 수전 용량 확충 계획을 밝혔다. 이는 국내 전체 상업용 데이터센터 용량(2023년 기준 약 1.9GW)의 두 배 이상이다.

원자력발전, 기저 발전에 최적…하지만 ‘정치적 장벽’이 높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고정적 고출력 전력이 필요한 전산 공장이다. 이 같은 특성상 기저 발전에 적합한 발전원은 단연 원자력이다. 실제로 울산에 들어서는 SK텔레콤-AWS AI 데이터센터는 인근 신고리 원전 5·6호기와의 전력망 연계가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신규 원전 건설은 10~15년 이상이 걸리고, 이재명 대통령은 “추가 원전은 위험 부담이 크고, 지역 수용성 확보도 어렵다”며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가동 중 원전 총 발전용량은 약 25.7GW(2024 기준)지만, 대부분 기존 산업용 수요로 이미 할당돼 있어, 새로운 AI 전용 수요를 대응하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수력발전, 출력 안정성은 있지만, 규모는 너무 작다

수력발전은 재생에너지 중 가장 안정적인 전력원으로, 순간 출력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내는 산악 지형 중심이라 대규모 수력 인프라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 수력 발전 비중은 전체 전력의 약 1.3%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최근 주목받는 건 양수 발전이다. 이는 밤에 남는 전기를 활용해 높은 곳에 물을 끌어올린 후, 낮에 필요할 때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일종의 ‘물 배터리’다.

예컨대 충북 단양에 위치한 양수 발전소는 최대 1,000MWh 이상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이 방식은 전력 저장 수단으로서 AI 데이터센터의 유연 전력 운용에 일부 기여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 출력은 많은데 저장할 곳이 없다

태양광은 친환경 에너지의 대표지만, 한국에서는 ‘출력 과잉’이 가장 큰 문제다.

2023년 기준 제주 지역에서는 전력 과잉에 따라 태양광 발전이 하루 최대 4~5시간 이상 차단되는 일이 반복됐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해 출력 제어(발전 차단) 건수가 연간 2,000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즉, 봄철에는 햇빛이 넘쳐도 발전을 멈춰야 하는 ‘친환경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ESS(에너지 저장장치)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결과다. 태양광은 AI 데이터센터에 적합하려면 ESS와 연계한 하이브리드 전력망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머스크 式 해법, 전기 자체보다 ‘전기 저장’이 핵심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해법은 명확하다.

“전기 생산보다 전기 저장에 집중하라.”

테슬라의 메가팩 설치 사진  사진=tesla
테슬라의 메가팩 설치 사진  사진=tesla

테슬라의 ‘메가팩(Megapack)’은 1기당 최대 3.9MWh의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ESS로, 캘리포니아주 피카운티에서는 구형 가스발전소를 대체하며 실제 운용 중이다.

머스크의 AI 기업 xAI는 현재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외곽에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이와 연계해 천연가스 터빈+ESS 하이브리드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이는 AI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미래형 전력망 구조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도 ESS 기술 내재화와 설비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전력 수요와 생산의 시간차를 흡수할 수 있는 100~500MWh급 ESS 인프라 구축 없이는,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저 + 보완 + 저장, ‘전력 삼각 전략’이 정답이다

AI는 전기다. 전력이 없으면 AI는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공급자 중심 전력 정책, 재생에너지 불안정성, 저장 인프라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빠져 있다.

박종배 교수는 세미나에서 “이제는 데이터센터 자체가 전력 설루션을 내장해야 하는 시대”라며 “정부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 전력 정책으로 구조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답은 단일 에너지원이 아닌, ‘기저 전력(원자력) + 보완 전력(재생에너지·수력) + 저장 전력(ESS·양수)’의 삼각 구조다.

AI 전력망 설계는 곧 국가 기술 경쟁력 설계다. 전기를 다스리는 나라가 AI 시대의 지배권을 쥐게 될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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