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든 쿠팡의 다음 승부수
글로벌 유통기업 쿠팡이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이하 CIC)'를 내세워 AI·클라우드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물류·커머스 강자에서 클라우드 플랫폼 신흥 강자로의 도약을 선언한 셈이다. 쿠팡의 이 같은 행보는 아마존의 성장 경로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AI·클라우드, 쿠팡의 새로운 성장축
쿠팡은 그간 내부용으로만 활용해왔던 GPU 기반 AI 인프라를 외부에 개방하고, 이를 CIC라는 브랜드로 재정비해 시장에 진출했다. 단순한 기술 개방을 넘어, 유통 기반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B2B AI 생태계 구축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자사 추천 알고리즘, 물류 자동화, 쿠팡플레이 등 내부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었던 AI 인프라를 이제는 GPU 클러스터·연산 자원·데이터센터 인프라 형태로 외부 스타트업과 연구기관에 제공하는 서비스형 플랫폼(CSP) 모델로 확장한 것이다.
아마존 모델 따라잡기? 인프라 → 플랫폼 → 생태계
전문가들은 쿠팡이 AWS의 전략을 정면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본다. 아마존이 이커머스를 통해 축적한 인프라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수익 다각화를 이뤘듯, 쿠팡 역시 유통·물류 기반의 AI 기술과 데이터를 SaaS 및 AI 솔루션 형태로 외부에 공급해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CIC는 서울·수도권 지역에 고성능 GPU 클러스터와 이중화 전원, 대용량 전력 인프라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다. 쿠팡은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기술적·비용적 혜택을 제공하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협업…AI 생태계 키운다
쿠팡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스타트업 대상 CIC 클라우드 우선 할인 ▲정부 AI 과제 공동 참여 ▲AI 솔루션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AWS가 스타트업 및 개발자 생태계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플랫폼 영향력을 키워온 방식과 닮았다. 향후 CIC 역시 AI 솔루션 마켓플레이스로 진화하며, 기업용 SaaS 서비스로도 확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GPU 전쟁의 변수로 떠오른 쿠팡
쿠팡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1조4,600억 원 규모의 GPU 확보·운용 지원 사업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네이버, NHN, 카카오와 함께 ‘클라우드 4강’ 구도에 합류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현재 쿠팡은 싱가포르계 엠피리온디지털이 소유한 서울 양재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을 추진 중이며, 미국·인도·실리콘밸리 등 글로벌 거점에서 클라우드 및 인프라 인재 채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쿠팡은 미국 본사(Coupang Inc.)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외국계 법인이라는 점에서 공공 CSP 인증(CSAP) 취득이나 ‘클라우드 액트’와 같은 법률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민간 스타트업 중심의 협력 모델을 강화하며 국내 기반을 다진 뒤, 점진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술력 vs 자금력…CIC의 한계와 가능성
CIC의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로드맵, 플랫폼 구조, 기술 운영 성과에 대한 공개 자료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GPUaaS 시장에서 '수량보다 성능' 전략으로 평가받기 위해선, 단순 GPU 자원 제공을 넘어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 ▲기술지원 센터 및 파트너사 지원 체계 강화 ▲고객 맞춤형 연산 플랫폼 구축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경쟁사들은 GPU 수량보다도 '연산 성능 대비 효율성과 실행력'을 주요 평가 지표로 내세우고 있어, 쿠팡이 CIC를 차별화된 기술 기반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쿠팡 CIC, AWS처럼 될 수 있을까?
쿠팡은 전자상거래와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AI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CIC 출범은 이러한 기술력을 외부에 개방하고,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려는 신호탄이다.
CIC가 쿠팡의 제2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기술 내재화 수준, 파트너 생태계 확장, 규제 리스크 대응 여부에 달려 있다. AWS가 커머스에서 테크 기업으로 전환했듯, 쿠팡 역시 ‘테크 쿠팡’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