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국내 GPU 클라우드(GPUaaS) 사업을 본격 확대하며 ‘한국의 AWS’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대형 언어모델(LLM) 학습부터 기업용 AI 서비스까지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쿠팡이 자체 인프라와 글로벌 GPU 대량 확보 능력을 앞세워 국내 AI 클라우드 판도를 흔들 전망이다.
엔비디아 공식 파트너 ‘NCP’ 획득… 네이버 이어 국내 두 번째
17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엔비디아의 공식 클라우드 파트너 프로그램인 NVIDIA Cloud Partner(NCP) 자격을 획득했다.
NCP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SW를 기반으로 GPU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식 인증으로, 국내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2023년)와 쿠팡 단 두 곳만 보유하고 있다.
NCP 획득 조건은 까다롭다.
엔비디아는 파트너사에게 최신 GPU 수천 장 규모의 구매와 지정 SW 스택 사용, 영업·기술·마케팅 역량 충족 등 복합 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자격을 논의한 모 CSP에는 2000장 규모 구매를 제안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NCP는 GPUaaS 이상의 AI 팩토리 전반을 구축할 수 있는 자격”이라며 “쿠팡이 이 인증을 획득했다는 건, 대규모 GPU 인프라 구축을 통해 본격적인 AI 시장 공략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IC)’로 외부 사업 확장
쿠팡은 올해 1월 자체 클라우드 조직인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IC)’를 출범시키며 대외 클라우드 사업 준비를 시작했다.
7월에는 기존 내부용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CIC 브랜드로 리브랜딩하며 외부 기업 대상 GPUaaS·AI·ML 플랫폼 제공을 공식화했다.
이번 NCP 자격 획득으로 CIC는 ▲데이터 수집 ▲모델 학습 ▲추론 ▲AI 서비스 운영까지 이어지는 엔비디아 기반 풀스택 AI 팩토리 구축이 가능해졌다.
즉, 단순 GPU 대여를 넘어 AI 서비스 개발 전 과정을 책임지는 인프라 기업으로 포지션을 넓히는 셈이다.
정부 GPU 사업 실패 → 엔비디아 파트너십으로 ‘우회 돌파’
쿠팡은 지난 6월 정부의 1조4590억 원 규모 AI 컴퓨팅자원 구축 사업에 도전했으나 선정되지 못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쿠팡이 GPU 확보를 위해 국가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 사업과 무관하게, 쿠팡은 엔비디아와의 직접 파트너십을 통해 GPU 수급 경로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클라우드 업계 전문가는 “쿠팡은 공공연하게 ‘한국의 아마존’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AWS 역시 아마존의 압도적인 IT 인프라에서 출발했듯, 쿠팡도 CIC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 AI 클라우드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AWS” 꿈꿔온 쿠팡, AI 인프라로 속도 낸다
쿠팡은 그동안 물류·커머스 혁신을 가능케 한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클라우드까지 외연을 넓혀왔다. 특히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처리하며 축적한 내부 인프라 기술은 CIC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이번 엔비디아 협력은 쿠팡이 AWS가 걸어온 길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한 결정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AWS 역시 초창기 아마존의 내부 인프라에서 출발해 전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으로 성장했다.
쿠팡 관계자는 “대규모 GPU 확보와 엔비디아 생태계 활용을 통해 기업용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CIC를 중심으로 쿠팡만의 AI·클라우드 역량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