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주지 않고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설계된 챗GPT ‘스터디 모드' 맞춤형 AI 교사로 진화

챗GPT 스터디 모드 화면  사진=챗GPT
챗GPT 스터디 모드 화면  사진=챗GPT

오픈AI가 7월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챗GPT 스터디 모드(Study Mode)’는 기존 챗GPT의 학습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곧바로 정답을 제공하는 구조였으나, 스터디 모드에서는 학습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설계되었다. 문제 해결 과정을 단계별로 안내하면서, AI가 정답을 바로 제시하지 않고 사고의 흐름을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픈AI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구조를 적용해 학습자가 스스로 사고를 전개하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이 기능은 미국의 프린스턴, 왓튼, 미네소타대학 등에서 시범 운영을 거쳤으며, 참여 학생들은 “학습 속도와 이해도를 파악해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단순한 답안 생성기가 아닌 대화형 학습 파트너라는 정체성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교육 시장 진입을 위한 전략적 선택

오픈AI가 스터디 모드를 내놓은 배경에는 명확한 시장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챗GPT는 초기부터 ‘숙제 대행’ 논란에 시달렸다. 여러 국가에서 학생들의 과도한 의존을 우려해 사용 금지령을 내린 사례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가 교육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위해서는 챗GPT가 학습을 방해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습을 돕는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오픈AI가 챗GPT를 단순한 정답 생성기가 아닌 개인 맞춤형 학습 도구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시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픈AI는 이번 기능 개발 과정에서 40개 교육기관의 컨설팅을 반영하며 학습 현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맞춤형 학습 도우미를 통한 교육 격차 해소 전략

오픈AI는 스터디 모드를 통해 단순한 학습 편의성 제공을 넘어, 글로벌 교육 불평등 해소라는 장기적 목표를 제시했다. 레아 벨스키 오픈AI 교육 담당자는 “고품질 교육 자료 접근이 어려웠던 계층도 AI를 통해 맞춤형 개인 교사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비전은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한국·중국뿐 아니라,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도 잠재적 영향을 미친다. AI 기반 개인화 학습 도우미는 고액 과외나 학원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노리는 AI 교육 시장에서도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산업적 파급력과 경쟁사의 대응

챗GPT 스터디 모드의 출시는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약 3,400억 달러로 추정되며, 특히 개인화 학습 분야가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픈AI의 이번 시도는 단순한 AI 챗봇 제공을 넘어, 교육 SaaS 시장과 개인화 학습 플랫폼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경쟁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구글은 ‘제미니(Gemini)’를 기반으로 한 클래스룸 AI 어시스턴트를 시험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코파일럿 에듀케이션 버전을 통해 학교 단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픈AI는 스터디 모드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맞춤형 개인 교사’ 경험을 제공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기술적·윤리적 과제

챗GPT 스터디 모드는 교육 혁신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 편향과 정보 왜곡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챗GPT가 학습한 인터넷 데이터에는 사실과 의견, 심지어 가짜 정보가 혼재돼 있어,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제공할 위험이 있다.

둘째, 우회 사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학습자가 스터디 모드에서 토론을 진행하다가 일반 모드로 전환하면 정답을 쉽게 얻을 수 있어, 학습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셋째, 책임 소재 문제도 남아 있다. AI가 제공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학습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챗봇에서 개인 맞춤형 교사로의 진화를 향한 도전

결국 챗GPT 스터디 모드는 챗봇에서 맞춤형 교사로의 진화를 향한 첫걸음이다. 가정마다 AI 가정교사를 두겠다는 오픈AI의 비전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이번 기능을 통해 생성형 AI가 교육 시장에서 수행할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향후 과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편향 최소화와 정확도 강화 ▶학습 몰입을 유지하는 설계 ▶교육 기관과의 정식 통합 모델 확보 문제다. 

오픈AI가 이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한다면, 챗GPT는 단순한 대화형 챗봇을 넘어, 글로벌 개인화 학습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정답을 쏟아내는 똑똑한 챗봇’에서 ‘사고를 길러주는 개인 교사’로의 변신은 이미 시작됐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관련기사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