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 51억 들여 자체 개발
이르면 내년부터 일선 현장에 배포 예정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8,54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경찰이 '벨루가'라는 보이스피싱 수사 지원 인공지능(AI)을 자체 개발해 내년부터 수사 현장에 도입한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는 총 51억원을 들여 보이스피싱 수사지원시스템 'BELUGA'(Barricade of crime and Enforcement of Law Utilizing Generative AI·벨루가) 개발을 지난 6월 완료했다.

벨루가는 경찰 내에 분산된 보이스피싱 신고·수사 정보 등을 학습한 생성형 AI로, 수사 전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령, 수사관이 수천건의 스팸 신고 중 실제 피싱 미끼 문자를 식별해야 할 경우 현재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지만 벨루가는 문자 내용을 순식간에 분석해 피싱 여부를 판단해준다. 이는 신속한 발신 번호 차단으로 이어져 범죄 확산을 막아준다는 설명이다.

피싱범의 음성 녹취를 벨루가에 넣을 경우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사 음성을 추적한다. 등장인물이 여럿이어도 문제없다. 피싱범들의 '스크립트'를 문장 단위로 분석, 유사 문구가 사용된 사건을 자동 탐색해 동일 조직 여부인지도 판단할 수 있다.

개발에 참여한 이정우 경감(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은 "여러 음성을 분석해 같은 범죄자가 벌인 사건을 한 데 묶고 여죄를 밝혀내는 기능은 실제 수사에서 큰 효용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벨루가는 챗GPT 형태로 질문하듯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벨루가 챗'도 탑재했다. 내부 실험에서는 보이스피싱 분야에 대해 GPT-4보다 정확도가 우수했다고 한다. 개발자 김희두 경감(서울 마포경찰서)은 "경찰 비공개 데이터로 학습한 덕에 한국어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나 미끼 문자 분류에 뛰어나다"고 했다.

벨루가 개발 과정에는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는 일선 경찰들도 자문에 참여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연회에서 벨루가는 100점 만점에 93.8점을 받았다. 

벨루가는 현재 효용성·안정성을 검증 중이며 결과에 따라 내년 일선 수사 현장에 순차 배포할 계획이다.

김 경감은 "보이스피싱 수사 현장의 업무량이 과도한 것이 사실"이라며 "벨루가가 도입돼 더 빨리 데이터를 분석하고, 더 빨리 피싱 번호를 차단하고, 더 빨리 범인을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상민 기자 smkwo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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