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이 곧 소비로 이어지는 시대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 6.0』에서 기술과 인간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을 강조했다. 단순히 제품을 알리고 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와 관계 맺는 순간마다 감각적이고 서사적인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접근은 오늘날 ‘몰입형 마케팅(immersive marketing)’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해, 전통적인 광고나 프로모션을 넘어 소비자의 뇌와 감각에 직접 작동하는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몰입형 마케팅은 단순한 체험 마케팅과는 다르다. 체험 마케팅이 이벤트성에 그치기 쉽다면, 몰입형 마케팅은 스토리텔링과 서사 구조를 기반으로 고객이 브랜드 세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만든다. 이는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이야기와 몰입 속에서 보상 회로가 활성화되고, 도파민 분출이 강화된다. 즉, 브랜드가 서사를 가진 몰입형 경험을 제공할 때 소비자는 단순히 ‘구매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브랜드를 받아들인다.
최근 XR 기술과 결합한 몰입형 마케팅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엑스루(XROO)의 ‘이머시브 솔루션(immersive solution for XR 마케팅)’은 온라인 팝업스토어와 오프라인 공간을 연결해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체험하게 한다. 온라인에서는 실감나는 가상 전시, 인터랙티브 쇼룸, XR팝업 등을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는 팝업스토어가 단순 상품 판매장이 아니라 다양한 사이니지, 인터랙티브 디바이스를 통해 브랜드 내러티브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핵심은 내러티브(narrative)다.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공간 안에서 브랜드의 이야기를 따라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장품 브랜드가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대신 ‘피부의 시간을 되돌리는 여정’이라는 내러티브를 설계하면,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여정에 동참한다’는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몰입형 경험은 ‘피지털(phygital)’이라고 불린다. 디지털 (Digital) 세계와 물리적 (Physical) 공간이 맞물려 하나의 브랜드 무대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피지털 경험은 소비자에게 단절 없는 브랜드 접점을 제공하고, 기억에 강하게 각인된다. 이는 단순히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자산으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몰입형 마케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첫째,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를 정립해야 한다. 둘째, 이 스토리를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에 걸쳐 설계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가 단순히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몰입 경험이 끝난 후에도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브랜드와 연결될 수 있는 후속 접점을 마련해야 한다.
몰입형 마케팅은 결국 브랜드를 살아 있는 생명체로 만든다. 소비자가 단순히 메시지를 ‘듣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세계에 ‘살아본’ 경험을 가지게 될 때 충성도와 확산력은 배가된다. 필립 코틀러가 말한 기술과 인간의 결합은 바로 이러한 몰입형 경험에서 구현된다. 피지털이라는 무대에서 브랜드는 더 이상 정적인 로고가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이야기이자 문화로 자리 잡는다.
몰입의 시대, 브랜드는 더 이상 일방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살아 있는 서사이며, 소비자가 직접 걸어 들어가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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