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CG가 만든 집단적 스펙터클, 브랜드는 현대의 종교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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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 들어선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 노웨어(HAUS NOWHERE)’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외관부터 압도적인 조형물과 기묘한 오브제가 자리한 이곳은 현대판 신전을 닮았다. 소비자는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더 이상 단순 구매자가 아니다. 제품을 고르러 온 손님이 아니라, 의례에 참여하는 신도가 된다.

이 같은 공간 전략은 최근 공개된 ‘2025 BOLD 컬렉션’ 캠페인 광고와 맞닿아 있다. 영상 속 틸다 스윈튼은 배우라기보다 교조에 가깝다. 무표정한 얼굴과 과장된 몸짓은 낯설고 불편하면서도 강렬하다. 그녀는 브랜드의 메시지, “fearless performance(두려움 없는 퍼포먼스)”를 온몸으로 체현한다. 제품은 배경에 머물고, 그녀의 존재가 곧 교리가 된다. 젠틀몬스터는 ‘우리는 낯섦을 숭배한다’는 선언을 시각적으로 압축해낸다.

이미지 = 젠틀몬스터 인스타그램
이미지 = 젠틀몬스터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군중의 등장이다. 수천 명이 동시에 달려들고 건물을 기어오르는 모습은 영화 ‘월드워Z’의 좀비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 카피가 아니라 최신 기술의 산물이다. AI 기반 크라우드 시뮬레이션과 CG 합성으로 구현된 이 장면은 개별 인물에게 각기 다른 움직임을 부여해, 군중을 실제처럼 생생하게 만든다. 과거 동일 모션의 반복이 아닌, AI가 창조한 무질서의 질서다.

이 군중은 팬덤과 좀비 사이에 있다. 한편으로는 K-POP 팬덤처럼 열광적으로 세계관을 추종하지만, 동시에 자유의지를 잃은 좀비 무리처럼 보인다. 젠틀몬스터는 이 양가성을 교묘히 활용한다. 팬덤의 헌신과 좀비적 집단성을 동시에 소환하며, 현대 소비자가 브랜드 내러티브에 어떻게 몰입하는지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캠페인 설명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맥동하는 사운드스케이프가 관객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축제를 만든다. 성수의 하우스 노웨어는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초현실적 공간으로 변모했고, 틸다 스윈튼의 퍼포먼스는 물리적 경계를 초월한다.” 이 문구는 광고가 단순 홍보물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을 경험하게 하는 의례임을 보여준다. 음악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모니아 스캐너와 프리카 텟이 만든 사운드는 종교적 성가처럼 공간을 울리고, 소비자의 신체 리듬까지 장악한다.

결국 이번 캠페인은 브랜드를 하나의 교단(cult)으로 격상시킨다.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는 성지, 틸다 스윈튼은 교조, 낯섦과 초현실주의는 교리, 소비자는 추종자다. 소비 행위는 구매가 아니라 신앙적 참여가 된다. 제품은 성물이며, 광고는 설교다.

이 전략은 위험하면서도 강력하다. 낯섦은 불편함을 불러오지만, 동시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남긴다. 전통 광고가 USP라는 논리로 소비자를 설득했다면, 젠틀몬스터는 논리가 아니라 감각적 충격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설명이 아닌 체험, 정보가 아닌 의례. 바로 그 지점에서 브랜드는 제품 이상의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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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의 틸다 스윈튼 캠페인은 단순한 패션 광고가 아니다. AI와 CG, 음악과 건축이 결합된 이 실험은 브랜드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종교로 진화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단순 소비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교리의 추종자가 될 것인가. 성수의 신전 같은 건물, 교조로 군림하는 틸다 스윈튼, 좀비처럼 몰려드는 추종자. 젠틀몬스터는 이를 통해 브랜드가 제품을 넘어 체험과 교리를 파는 교단임을 증명했다.

브랜드큐레이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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