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수상교통 실험, 기대와 현실 사이 간극을 메우는 보완 과제

 

서울시가 오랜 준비 끝에 지난 9월18일  ‘한강버스’를 공식적으로 선보였다.

사진=한강버스 홈페이지
사진=한강버스 홈페이지

이름만 놓고 보면 시민의 발이 되는 버스처럼, 한강을 경유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서울의 교통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지하철과 버스망이 있지만, 출퇴근 시간 혼잡과 특정 구간의 연결 부족은 여전한 과제다. 수상 교통을 접목해 교통 인프라를 다변화하려는 시도의 맥락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서울이 가진 최대의 자산 중 하나는 한강이다.

강은 도시의 심장과도 같은 공간이며, 동시에 다른 대도시와 차별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 자원이다. 서울시가 한강을 중심으로 교통망과 관광 자원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방향성은 시대적 흐름에도 잘 맞는다. 런던, 파리, 부다페스트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자국의 강을 교통과 관광의 양 축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와 비교해도, 늦었지만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교통망으로서의 한계

다만 현실적인 제약은 분명하다. 수상 교통이 버스나 지하철처럼 촘촘하게 정시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기상 조건에 따라 운항이 좌우될 수 있고, 항로 자체도 한정적이다. 운항 간격이 길고, 소요 시간 또한 육상 교통보다 빠르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출퇴근 교통망으로 자리 잡으려면, ‘정시성·편의성·가격경쟁력’이라는 3박자를 갖춰야 하는데, 현재 구조로는 버스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치에 미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네이밍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한강버스’라는 단어는 시민들에게 버스와 같은 수준의 접근성과 정시성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람선에 가까운 운영 구조를 갖고 있다. 만약 처음부터 ‘한강페리’, ‘한강리버버스’처럼 그냥 버스말고 새로운 서브카테고리를 제시했다면, 시민들의 기대치를 조율하면서도 새로운 교통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다.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

이미지=한강버스 홈페이지
이미지=한강버스 홈페이지

실제 이용 경험을 고려하면, 한강버스는 당분간 ‘관광 콘텐츠’로서의 매력이 더 크다. 서울 도심을 한강 위에서 바라보는 경험은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서울 시민에게도 신선하다. 낮에는 강변 풍경을, 밤에는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즐길 수 있다. 이미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거점은 주말마다 많은 시민들이 찾는 장소이므로, 한강버스는 이 거점을 수상으로 연결하는 또 하나의 관광 루트가 될 수 있다.

서울시가 최근 강조하는 ‘서울 관광 1억 명 시대’ 전략에도 한강버스는 중요한 조각이 될 수 있다.

K-콘텐츠와 쇼핑, 음식이 서울 관광의 주된 콘텐츠라면, 한강은 자연과 도시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압도적 자산이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하는 한강 크루즈는 세계 도시들에 비해 경쟁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이 매력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홍보하며,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것인가이다.

활성화를 위한 보완 과제

첫째, 정류장 인프라의 매력화가 필요하다. 현재 마곡, 망원, 여의도, 옥수, 압구정, 뚝섬, 잠실에 선착장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구성이 그리 독특하지는 않다.  대기 공간과 편의시설, 기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쉼터 기능은 물론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독특한 F&B 등을 갖춘 매력적인 선착장’이 되어야 한다. 정류장이 하나의 도시 명소로 기능할 수 있다면, 교통 인프라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둘째, 정시성·운항정보의 디지털화가 뒤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간표 대신, 버스와 동일하게 실시간 위치와 운항 상황을 앱이나 포털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정류장에 도착 예상 시간 안내판을 설치해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면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셋째, 도심 생활권과의 긴밀한 연계도 중요하다. 한강버스 정류장이 지하철역이나 버스 환승 거점과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주변에 자전거·킥보드 같은 라스트마일 교통수단과도 연동된다면 활용 가치는 크게 늘어난다. ‘리버→레일→로드→라스트마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교통 체계가 구축된다면, 한강버스는 단순한 체험 상품을 넘어 진짜 ‘도시 교통망의 일부’로 자리잡을 수 있다.

당장은 ‘관광 콘텐츠’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서울 교통망의 보조축이 될 잠재력이 있다.

이는 단순히 교통 효율성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친환경 교통수단을 확대하는 것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다. 수상 교통은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선박 기술과 결합될 때, 도시의 녹색 전환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서울이 가진 한강은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교통·관광·환경·브랜딩을 모두 포괄하는 전략적 자산이다.

‘한강버스’라는 이름 아래 출발한 이번 시도가 어떤 방향으로 항로를 수정하며 성장할지 주목된다. 버스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배를 띄우는 일이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설득력 있는 ‘한강 경험’을 설계하는 일일 것이다.

브랜드큐레이터 칼럼니스트 shshin@olimpla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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