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을 ‘보는’ 시대에서 세계관 안에서 ‘사는’ 시대로

요즘 이곳저곳이 케데헌(K-POP DEMON HUNTERS) 이야기로 들썩인다. 소다팝, 골든 같은 음원에 맞춘 챌린지 영상이 쏟아지고, 글로벌 팬들은 밈과 2차 창작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콘텐츠를 재생산한다. 한때는 ‘이 열풍이 얼마나 갈까’ 싶었지만, 지금의 K콘텐츠는 이미 글로벌 Zα(제트알파) 세대의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 세대가 머지않아 소비 주도권을 쥐게 된다면, K의 위력은 단발적인 흥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팬덤은 팽창 중이다. 팬들은 더 이상 단순히 뮤직비디오나 신작 드라마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 세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팬미팅은 이제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셀럽의 서사를 체험하는 ‘감정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영화배우, 드라마 스타, 아이돌 가수 등 한국 셀럽을 향한 관심은 국경을 가볍게 넘고, 팬미팅 투어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남미로 확산된다. 콘텐츠는 자막을 넘어 팬덤의 언어로 번역되고, 오프라인 팬미팅의 설렘은 온라인과 연결될 때 감정의 폭을 훨씬 넓힌다.

리센느 신규음원 프로모션 / 이미지 = 올림플래닛
리센느 신규음원 프로모션 / 이미지 = 올림플래닛

배우 김범의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아시아 5개국 6개 도시에서 팬미팅을 진행한 뒤, 참석하지 못한 글로벌 팬들을 위해 3D 몰입형 온라인 ‘애프터 파티’를 열었다. 팬들은 가상 공간을 자유롭게 걸으며 비하인드 영상, 브이로그, 히든 콘텐츠를 체험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123개국에서 접속이 이뤄졌고, 31만 건 이상의 글로벌 트래픽을 기록했다.

김범 온라인 애프터파티 / 이미지 = 올림플래닛

이처럼 몰입형 콘텐츠는 단순한 보완 수단이 아닌, 새로운 팬덤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엔 팬을 ‘공간으로 초대’했다면, 이제는 셀럽의 세계 안으로 팬을 ‘들어오게’ 하는 방식이다. 리센느, 트리플에스, (여자)아이들 등도 이러한 방식으로 몰입형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신곡 발표와 동시에 세계관이 반영된 가상 공간이 함께 열리는 구조는 팬의 참여도와 해석력을 폭발시킨다.

i-dle 슈퍼레이디 프로모션 / 이미지 = 올림플래닛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촬영 세트를 360도로 촬영해 팬이 직접 탐험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제 콘텐츠는 ‘보는 것’이 아니라, 팬의 감각과 시선으로 ‘사는 것’이 되어간다.

이 몰입형 경험의 핵심은 ‘감정의 지속’에 있다. 일회성 감동이 아니라, 셀럽의 내러티브가 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누구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접속할 수 있는 평등한 경험. 그리고 반복 가능한 교감. 이 모든 것이 K팬덤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콘텐츠 기획자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 물론 대면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온라인은 보조가 아니라 또 하나의 주 무대가 되고 있다. 몰입형 콘텐츠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셀럽과 팬이 함께 구축하는 서사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팬은 시청자를 넘어, 서사의 공동 창작자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보는 감동’보다 ‘함께 있음’의 경험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브릿지 콘텐츠다. 공연 전 VR 티저, 공연 중 실시간 인터랙션, 공연 후 몰입형 공간 개방. 이 흐름은 셀럽과 팬의 감정선을 하나로 연결한다.

K컬처의 시대. 이제는 셀럽과 팬이 함께 살아가는 몰입형 세계가 꽃을 피울 시간이다. 팬이 셀럽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이름은 단지 스타가 아니라 하나의 ‘공간’이 된다.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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