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광화문 사옥  사진=KT 제공
KT 광화문 사옥  사진=KT 제공

‘믿:음’으로 시작된 한국형 AI의 진화

KT는 2023년 독자 모델 ‘믿:음 1.0’을 시작으로, 2025년 7월에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믿:음 2.0’을 공개하며 한국형 AI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단순 번역 수준을 넘어, 한국인의 정서·문맥·관습을 이해하는 문화형 AI를 지향하며 'K-AI 주권'이라는 비전을 천명했다.

그러나 지난 국가대표 K-AI 1차 사업에서는 선발에서 제외되며, 기술 완성도 외에 생태계 확장력과 실증 기반에서 한계를 지적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KT는 하반기 전략을 ‘독자 개발 + 외산 최적화’ 투트랙으로 전환, 실용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GPT-K와 라마-K”...실전 최적화형 K-AI 모델 투톱

KT는 오는 9월, 협력형 ‘GPT-K’와 오픈소스형 ‘라마-K’를 나란히 공개한다. 이 두 모델은 KT의 AI 전략을 다시 본궤도에 올릴 핵심 무기로, 글로벌 최상위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어 실전 활용성을 대폭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GPT-K, GPT-4o 기반 ‘정서형 AI’로 한국 맥락 강화

GPT-K는 오픈AI의 GPT-4o를 기반으로 하되, KT가 보유한 한국어·문화·정서 데이터를 학습해 한국형 언어모델로 재구성한 협력 모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되며, 높임말·종결어미·사회적 맥락 등 한국어 고유 표현을 정밀하게 반영한다.

외산 모델을 그대로 쓰지 않고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단순 사용자에서 전략적 커스터마이저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라마-K, 오픈소스형 ‘실무 특화 AI’의 대안

라마-K는 메타의 Llama 3.x를 기반으로 KT의 학습 기술과 한국어 데이터를 적용해 문장 구조, 행정서식, 공공 포맷 등 실무 표현력을 보완한 한국형 오픈소스 모델이다.

경량형 11B와 고성능 74B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되며, 기업·기관의 다양한 규모와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실전에서 쓸 수 있는 LLM'이라는 점에서, 퍼블릭 부문과 산업 현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GPT-K와 라마-K, KT의 실용 전략을 상징하다

두 모델은 각각 '정서 중심'과 '실무 중심(라마-K)'으로 나뉘며, KT는 이 투톱을 통해 “외산 모델을 활용하되, 한국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최적화한다”는 실용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국내 LLM 생태계에서 단순히 독자 모델을 고집하기보다는, 글로벌 기술을 ‘한국형 표준’으로 다듬는 현실적 접근 전략이다.

믿:음 2.0, 기술 철학과 생태계 확장의 기반

한편, 믿:음 2.0은 한국어 특화 토크나이저와 고품질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115억·23억 파라미터 모델을 허깅페이스에 오픈소스로 공개해 AI 생태계 확장의 신호탄을 쐈다. 상업적 활용까지 허용되며, 중소기업·개발자·연구기관의 AI 접근성을 대폭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AI 반도체·산업 특화 모델로 확장

KT는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협력해 국산 AI 인프라-모델 통합 전략도 강화하고 있으며, 법률·의료·금융·교육 등 산업별 특화 모델도 개발 중이다. GPT-K 및 라마-K를 기반으로 분야별 솔루션형 LLM 서비스로 진화하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K-AI는 실패가 아니라 진화 중이다”

‘믿:음’에서 시작된 KT의 AI 전략은, 이제 GPT-K와 라마-K를 통해 실전형 모델 중심의 실용적 재도전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국가 대표 K-AI에서는 탈락했지만, 외산 모델을 한국 현실에 최적화한 ‘K-AI 2.0 전략’은 오히려 KT의 민첩성과 전략 유연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KT는 이번 공개를 통해 단순한 AI 개발 기업을 넘어, 현실에 강한 AI 퍼스트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세우려 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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