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의 최종 5개 팀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모회사 LG AI연구원을 통해 참여)는 포함됐지만, KT는 제외됐다. 국내 통신 3사 가운데 KT만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AI 전략의 정합성과 생태계 구축력에 대한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강조한 '소버린 AI(주권형 AI)' 정책 기조에 비춰볼 때, 기술력뿐만 아니라 자립성, 생태계 구축력, 실사용 기반 데이터의 보유 여부가 핵심 평가 기준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자립형 생태계와 실사용 데이터 중시”
과기정통부는 이번 평가에 대해 “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독자 기술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파운데이션 모델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실제 평가에서는 ▲기술 자립성 ▲고품질 학습 데이터 확보 역량 ▲AI 에이전트 등 실사용자 접점 ▲AI 인프라 구축력 등, 기술의 자체 성능보다는 자립형 생태계 기반과 상용화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SKT·LG는 B2C 접점, 자체 인프라 전략이 강점
SK텔레콤은 AI 챗봇 ‘에이닷(A.)’을 통해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체 AI 반도체 ‘사피온’과 연계한 AI 인프라 독립 전략을 추진해왔다. LG유플러스는 LG AI연구원을 통해 하이퍼스케일 한국어 특화 모델을 개발 중이며, 고객 응대 서비스 ‘ixi-O’를 통해 실사용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반면 KT는 기술력과 안전성 측면에서 강점을 보였으나, 자립 생태계 구축 및 실사용 기반 확보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KT ‘믿:음 2.0’, 기술력은 입증…정부 기조와는 엇박자
KT는 지난 7월 공개한 대형 언어모델 ‘믿:음 2.0’을 통해 ▲AI 안전성 벤치마크(KoDOL) 국내 1위 ▲AI 특허 출원 1위(최근 10년간, 70건) ▲AI 전문 인력 1,000명 이상 확보 등 수치 기반의 성과를 강조해왔다.
또한 솔트룩스, 매스프레소, 경찰청, 서울대, 크라우드웍스 등 18개 기관과 협업해 2,100억 파라미터 규모의 모델 개발 계획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가 요구한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도 ▲데이터 자산 확보 ▲AI 상용화 기반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 여부였으며, 이 지점에서 KT의 전략이 평가 기준과 어긋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믿:음 2.0’은 높은 안전성에도 불구하고, 정보 민감 영역(예: 독도 관련 질의 등)에서 부정확한 응답이 확인돼 신뢰성과 실전 적용 가능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소버린 AI’ 기조에 어긋난 협력 전략도 변수
업계에서는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하는 구조를 선택한 점도 이번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정부가 강조한 ‘소버린 AI(주권형 AI)’ 정책 기조에 따라, 모델의 소유권과 기술 독립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지난 4월 한 포럼에서 “외산 기술을 들여와 상표만 붙이는 것을 소버린 AI라 부르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으며,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이번 평가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KT가 다시 돌아오려면, 전략의 리셋이 필요하다
KT는 기술력과 전문 인력, 특허 포트폴리오 등 객관적인 기술 지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기업이다. 그러나 이번 '국가대표 AI' 선발은 단순 기술 성과보다 실전 활용 기반, 자립 생태계 구축력, 국산화 전략과의 정렬 여부가 핵심이었다.
KT가 향후 국가 AI 전략 흐름에 다시 합류하려면, ▲소비자 접점 확보 ▲AI 에이전트 상용화 ▲AI 전용 인프라 강화 ▲독립형 기술 생태계 설계 등에 집중하는 전략 전환이 요구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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