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되살린 '기억의 얼굴들'
2025년 9월, 경기도 시흥시가 주도한 한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AI와 예술이 결합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16명의 얼굴을 디지털로 되살린 것이다. 그들은 오래전 흑백 사진 속에 머물러 있던 인물들이며, 일부는 사진조차 남기지 못하고 세월에 잊혀졌던 인물들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문화예술 재능기부단체 ‘시흥나빛’이 중심이 되었고, 시흥시에 거주하거나 관련 있는 독립운동가 16명의 초상화를 제작해 후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사진이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경우, AI가 후손의 얼굴 데이터를 학습하여 조상과 유사한 얼굴을 생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초상화를 그리는 혁신적인 복원 기법이 도입됐다.
AI 복원 기술, 역사 기록을 다시 쓰다
AI 복원은 단순한 이미지 생성이 아니다. 예술가의 해석을 돕는 기술적 창조 도구로, 시흥나빛의 대표이자 화가인 류민아 작가는 “사진이 없던 분들은 후손들의 사진과 혈연 기반 AI 복원 알고리즘을 통해 얼굴을 유추했고, 이 결과를 토대로 초상화를 그렸다. 초상화 한 장 한 장에 삶의 무게와 역사적 사명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복원에 사용된 AI 기술은 흔히 딥페이크나 이미지 생성에 활용되는 딥러닝 기반 얼굴 합성(DeepFace Drawing, GANs 등) 기술이다. 특히 혈연 기반 얼굴 복원은 아직도 연구 단계인 기술로, 유전자 정보 없이 후손의 생김새와 남아있는 기록만으로 조상의 얼굴을 유추한다는 점에서 고난도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이번에 초상화로 복원된 인물에는 시흥지역 출신 독립운동가인 권희, 김천복, 윤동욱, 윤병소, 장수산 등이 포함되며, 후손이 시흥에 거주하고 있는 안기석, 오창선, 차용운, 현학근, 김도정 등도 포함됐다.
복원된 초상화에는 인물의 이름과 간단한 공훈이 기재돼 있으며, 이는 단순한 예술품을 넘어 지역 역사교육 자료이자 살아있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됐다.
시흥시 임병택 시장은 “이 초상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독립유공자들의 희생을 시민과 후손이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역사기록”이라며, 시 차원에서 앞으로도 보훈과 역사 기록에 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