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기억을 복원하고, 전통은 기술로 확장된다
“AI·XR 기술을 활용해 국가유산을 디지털로 영구 보존하겠다.”
허민 신임 국가유산청장의 이 선언은, 단지 정책적 구호가 아니라 문화유산 보존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유산을 ‘소유’하는 시대에서 ‘경험’하고 ‘공유’하는 시대로의 전환, 그 실마리를 제공한 전시가 바로 <K-헤리티지展 낙선재 유(遊)_이음의 결>(이하 이음의 결)이다.
이 전시는 단순한 전통기법의 재현을 넘어서 ‘기술을 잇는 감각’, ‘세대 간의 기억’, ‘공예의 흐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통의 맥을 현재와 미래에 연결하려는 실험적 시도였다.
XR 기술과의 실질적 협업…기록을 넘어 ‘체험’으로
<이음의 결>은 360도 기반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전통 공예의 흐름을 구현한 전시다. 소반장, 누비옷, 도예, 자수 등 언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전통의 결을 시각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이번 전시는 향후 XR과 AI 기술의 도입을 통해 몰입형 체험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첫 사례다.
단순히 콘텐츠를 디지털로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서, 감각의 ‘체험’을 통해 공예 기술의 맥을 기술로 이어가려는 시도가 시작된 것이다.
문화유산 디지털 전환, 선택 아닌 국가적 의무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AI·XR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혁신적 정책 방향”으로 천명하며, 지질유산·암각화와 같은 비물질 유산의 3D 아카이빙 확대를 강조했다.
이는 자연유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예, 건축, 공연, 설화 등 모든 전통문화 분야에서 XR은 ‘기록’을 넘어 ‘체험 기반의 영구 보존’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음의 결>은 XR 실감형 구현 이전 단계의 디지털 실험이었지만, 기술-콘텐츠-보존 전략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첫 파일럿 사례로서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모든 문화유산은 XR로 남겨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문화유산 디지털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과거의 보존 방식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술로 전통의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문화유산은 더 이상 박물관 안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사람들의 오감으로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며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실질적 해법이 바로 XR을 통한 몰입형 아카이빙이다.
허 청장의 발언처럼, 국가유산 보존은 AI·XR과의 융합을 전제로 하며, 전통문화는 기술이라는 새로운 언어와 만나 다음 세대와 이어져야 한다.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전통을 잇는 또 다른 ‘언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모든 문화유산을 XR로 기록하고, 모든 국민이 그것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가유산청이 말하는 ‘디지털 보존’의 진짜 의미다.
양수빈 인턴기자 romi9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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