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후를 노리는 메타의 XR 전략…메타 커넥트 2025에서 디스플레이 탑재한 '스마트 글래스' 전면 등장

마크 저커버그는 단지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한 것이 아니라 차세대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마크 저커버그는 단지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한 것이 아니라 차세대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안경이 미래다”…저커버그의 꿈, 다시 시작됐다

메타는 XR 시장의 다음 도약을 위해 ‘스마트 안경’이라는 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9월 17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5’ 무대 위에 올라 다시 한번 기술 산업의 판을 흔드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가 착용한 것은 다름 아닌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그리고 새로운 동작 인식 시스템을 탑재한 스마트 글래스 ‘하이퍼노바(Hypernova)’였다.

"스마트 글래스는 개인 초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이상적인 폼팩터입니다."

그의 선언은 단순한 제품 발표를 넘어, 메타가 스마트폰 이후의 기기 시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이퍼노바’의 등장, 스마트글래스가 뇌파처럼 반응한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단순한 스마트 글래스가 아니다. 메타가 내놓은 '하이퍼노바'는 손가락 미세 움직임을 감지하는 근전도 밴드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스마트글래스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안경 렌즈를 통해 메시지를 확인하고, 음악을 재생하고, 허공에 손을 움직여 댓글을 작성할 수 있다. 기존의 음성 명령이나 프레임 터치 기반 제어를 넘어, 보다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감각 중심 XR 인터랙션’으로 진화했다.

이는 단순한 기기의 진보를 넘어, 메타가 구상하는 메타버스의 UX(사용자 경험)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메타는 더 이상 메타버스를 가상 공간에 국한하지 않는다.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확장현실(XR)을 지향한다.  이미지=챗GPT 생성
메타는 더 이상 메타버스를 가상 공간에 국한하지 않는다.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확장현실(XR)을 지향한다.  이미지=챗GPT 생성

메타버스는 끝나지 않았다…하이퍼노바는 부활 신호탄

한때 ‘메타버스’는 기술업계의 미래로 주목받았지만, 2022년부터 이어진 VR 기기의 대중화 실패, 유저 정체, 실질적 활용도 한계 등으로 인해 급속히 식어갔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메타는 지난 2년간 XR 기술과 AI 통합을 강화하며 반격을 준비해왔다. 2023년에는 ‘레이밴 스토리즈 2세대’를 통해 카메라 기반 스마트글래스를 선보였고, 이번 2025년 모델에서는 드디어 디스플레이 탑재라는 결정적 진화를 이뤄냈다.

이제 사용자는 더 이상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SNS, 음악, 메시지, 영상 통화 등 일상적인 디지털 활동이 눈앞 렌즈 위에 떠오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연 중 오류에도…메타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이날 발표 현장에서 저커버그는 시연 중 몇 차례 난관을 겪었다. AI가 질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손가락 동작으로 영상 통화를 받는 데 세 번 실패했다. 그는 “와이파이가 발목을 잡았다”고 농담을 던졌지만, 이는 메타 AI 기술의 현재 수준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가 추구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이 아니라, 현실 속 기술의 확장"이라는 신념 아래, XR을 ‘일상화’하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메타는 이 제품을 799달러에 미국 시장에 먼저 선보인 후, 2026년 초에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으로 출시국을 확대할 예정이다. 스포츠용 모델 ‘오클리 뱅가드’는 499달러에 책정됐다.

‘XR OS’로 가는 메타…경쟁자는 애플과 구글

이번 하이퍼노바의 등장은 XR 시장에 새로운 균열을 일으켰다. 현재 XR 시장은 애플 비전 프로(3,499달러), 구글의 제미나이 기반 AR 기기, 그리고 삼성·퀄컴의 XR 헤드셋이 주도하는 전장이다.

메타는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친화적 디자인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안경’이라는 익숙한 형태로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AI 기반 인터랙션을 통해 스마트폰 이후의 퍼스널 디바이스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이제 경쟁은 하드웨어 성능이 아니라, 일상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하이퍼노바는 시작일 뿐…XR 플랫폼 전쟁 본격화

메타의 하이퍼노바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플랫폼이고, 미래 디지털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OS의 전초전이다. 저커버그가 꿈꾸는 메타버스는 더 이상 VR 공간 속 아바타가 걷는 가상이 아니다.

현실과 연결된 기술, 일상과 통합된 XR, 그리고 AI가 보조하는 초개인화 디바이스가 그가 바라보는 진짜 메타버스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꿨듯, 스마트글래스는 일상의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 하이퍼노바는 지금, 조용히 점화를 시작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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