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그리는 ‘눈에 쓰는 미래’의 모든 것

실리콘밸리의 쇼맨십, ‘커넥트’는 메타판 WWDC

2025년 9월 17~18일(현지시간) 양일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5(Meta Connect 2025)’는 더 이상 개발자를 위한 기술 발표회가 아니었다. 이 행사는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와 예술이 어우러진 종합 테크 컬처 페스티벌로 확장됐고, 마치 애플의 WWDC처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기술의 발표 무대가 되었다.

이번 커넥트는 특히 ‘AI 안경 3종’이 등장할 것이라는 루머로 사전부터 관심을 끌었고, 현장에는 유명 DJ 디플로(Diplo),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들까지 등장하며 기술과 문화가 융합된 무대를 연출했다.

레이밴 글래스, 다시 태어난 '스냅챗의 유령'

메타는 가장 먼저 레이밴 메타 글래스(Ray-Ban Meta Glasses)의 차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이전 모델과 달리, 이번에는 3K 화질의 영상 촬영,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상대방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려주는 ‘Conversation Focus’ 기능, 그리고 배터리 수명 2배 연장이 주요 개선점으로 소개됐다.

레이밴 메타 글래스  사진=Meta 제공
레이밴 메타 글래스  사진=Meta 제공

저커버그는 “안경은 이제 인공지능을 담는 그릇”이라며, 기술이 삶에 조용히 스며들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강조했다. 특히, 런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한정판 디자인은 디지털 웨어러블을 패션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고, 현장 참석자들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오클리 뱅가드, ‘운동하는 자에게 안경을 허하노라’

이날 두 번째로 소개된 제품은 스포츠 특화 모델인 오클리 메타 뱅가드(Oakley Meta Vanguard)였다. 이 제품은 마라톤 2회 완주에 필요한 배터리 지속 시간, 광각 122도 카메라, 하이퍼랩스 및 슬로모션 영상 지원, IP67 방수 기능 등, 격렬한 야외 활동에도 최적화된 사양을 갖췄다.

오클리 메타 뱅가드  사진=Meta 제공
오클리 메타 뱅가드  사진=Meta 제공

특히, 가민(Garmin) 연동을 통한 자동 촬영 기능은 운동 중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촬영이 시작되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기록과 경험을 실시간으로 저장·공유할 수 있게 했다. 저커버그는 제트스키 위에서 통화가 가능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노이즈 캔슬링 성능과 실전 활용도를 강조했다.

디스플레이 + 뉴럴 밴드 = ‘스마트폰 없는 스마트 시대’

메타 커넥트 2025의 핵심 신제품은 단연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Meta Ray-Ban Display)와 뉴럴 밴드(Meta Neural Band)였다. 이 글래스는 고해상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통해 문자 메시지, 동영상, 실시간 번역 자막 등을 눈앞에 띄워주는 기능을 갖췄으며,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한 신경 제어 기술을 탑재해 화제를 모았다.

저커버그는 “1분에 30단어까지 입력 가능하며, 키보드나 터치 없이 조용히 디바이스를 제어할 수 있다”며,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핵심 인터페이스가 탄생했음을 선언했다. 이 제품은 실제 사용자를 위한 제품으로 오는 가을 출시될 예정이며, 기술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예고했다.

콘텐츠도 AI가 만든다, 메타 호라이즌의 진화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메타는 이번 행사에서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제작 툴인 ‘메타 호라이즌 스튜디오(Meta Horizon Studio)’와 고성능 3D 엔진인 ‘메타 호라이즌 엔진(Horizon Engine)’을 함께 공개했다.

메타 호라이즌 스튜디오는 단순한 텍스트 입력만으로도 3D 가상 공간을 자동 생성할 수 있게 하며, 새로운 엔진은 렌더링 속도 4배 향상, 동시 접속 인원 5배 증가, 물리 엔진과 현실감 높은 시뮬레이션 구현 등 강력한 기능을 제공한다. 메타는 디즈니+(Disney+), ESPN,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과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Horizon TV에 몰입형 영화·스포츠·음악 콘텐츠를 지속 공급할 예정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한마디, “3D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다”

행사 후반,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무대에 올라 메타의 디바이스로 감상한 '아바타: 불과 재(Fire and Ash)'의 3D 클립을 소개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헤드셋을 쓰고 본 내 영화는 마치 개인 전용 극장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줬다”며, 메타 디바이스가 극장 수준의 밝기·해상도·색상 재현력을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카메론은 향후 메타와의 협업을 통해 TV 시리즈, 라이브 공연, 스포츠 중계 등 모든 영상 콘텐츠가 3D로 전환될 수 있도록 카메라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3D 콘텐츠 제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쉽게 입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콘텐츠의 미래는 3D 몰입감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메타의 미래는 더 조용하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이번 메타 커넥트 2025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인터페이스의 모든 측면에서 ‘기술의 생활화’와 ‘몰입형 초지능 경험’이라는 큰 그림을 보여준 자리였다.

AI 글래스와 뉴럴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을 열었고, 호라이즌 엔진과 스튜디오는 창작 생태계를 기술로 뒷받침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기술이 점점 더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행사는 ‘AI 글래스’, ‘메타 뉴럴 밴드’, ‘호라이즌 스튜디오’ 등 메타 커넥트 2025 핵심 기술 키워드가 집중 조명되며, 스마트폰 이후의 디지털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메타의 전략이 뚜렷이 드러났다.

메타는 ‘메타버스’라는 비전을 추상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의 제품과 생태계로 구현해나가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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