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의 경고와 메타의 6,000억 달러 AI 대전략

이미지=챗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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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저하면, 미래를 놓친다”

2025년 9월, 메타 커넥트 행사를 마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AI 투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AI 버블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보다 더 큰 위험이 있다. 망설이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다.”

그는 이른바 ‘버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메타 같은 기업에게 중요한 건 단기 투자 효율이 아닌 장기 기술 우위 확보라고 강조했다. “만약 우리가 수천억 달러를 낭비하게 된다면 불행한 일이겠지만, 그보다 더 나쁜 건 우리가 뒤처지는 것이다.”

이 발언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었다. 지난 몇 달간 메타는 이를 실제 투자로 입증해왔다.

“우린 돈이 있다. 그리고 더 쓸 수 있다”

올해 9월 초,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메타는 2028년까지 AI 인프라에 최소 6,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이는 단일 기업으로선 유례없는 수준의 장기적 베팅이다.

같은 달,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메타가 오라클과 20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자체 인프라와 외부 리소스를 병행 확보해 ‘연산력 조달’의 병목을 제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픈AI, 앤트로픽과 같은 AI 스타트업들이 자본조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메타는 광고 기반 수익과 강력한 현금흐름을 배경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우리는 작게 간다. 그러나 가장 깊게 간다”

메타의 조직 설계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출범한 메타 초지능연구소(Meta Superintelligence Lab: MSL)는 기존의 대형 AI 조직과는 전혀 다르다. 팀 규모는 50명 안팎으로 유지되고, 별도의 마감일도 없다.

저커버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건 과학 프로젝트다. 수백 명이 필요하지 않다. 잘못된 사람 한 명이 들어오면, 전 조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MSL에선 기술적 역할이 없는 관리 계층을 만들지 않는다”며 평평한 조직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정해진 스케줄이 없는 초지능 연구’라는, 메타의 실험적인 전략을 뒷받침한다.

AI 버블과의 거리, 경쟁사와의 거리

저커버그가 반복적으로 언급한 ‘AI 버블’은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오픈AI, 앤트로픽처럼 실적에 비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회사들이 단기적인 투자 레이스에 몰입하고 있다는 경고다.

그는 “그들은 자본 조달이 막히면 큰 위기를 겪을 수 있지만, 메타는 그렇지 않다. 그 입장이었다면 전혀 다른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메타는 자체 LLM인 라마(LLaMA) 계열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크리에이터 생태계·소셜 플랫폼·AR 글래스·HMD 등 플랫폼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즉, 단일 서비스보다 풀스택 기술 및 제품 생태계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AI 투자의 미래는 ‘버티는 자’가 정한다

메타가 지금 보여주는 건 “돈을 쓰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방식”이다. 

저커버그는 지금 수익보다 기술을, 효율보다 자율을 말하고 있다. 이는 메타가 ‘AI 퍼스트’가 아닌 ‘초지능 퍼스트’ 전략을 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번 커넥트에서 AI 글래스·아바타·에이전트·멀티모달 모델을 이어서 공개하며, 메타가 단순한 언어모델 기업이 아니라 사용자 삶에 들어갈 AI를 설계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지금 AI에 돈을 쓰는 것이 진짜 위험한 일일까? 아니면, 지금 쓰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한 걸까?”

현재는 그 정답을 알기 힘들지만, 해답은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증명하게 될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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