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어센드 950’에 탑재…3년간 4종 AI칩 출시 예고
중국 화웨이가 자사 개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식 발표하며, 2026년부터 신형 인공지능(AI) 칩인 ‘어센드(Ascend) 950PR’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HBM은 고성능 AI 및 고속 연산에 필수적인 핵심 메모리로, 지금까지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화웨이는 2025년 9월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화웨이 커넥트’ 행사에서 어센드 950PR과 950DT를 각각 2026년 1분기, 4분기에 출시하고, 2027년에는 어센드 960, 2028년에는 어센드 970을 내놓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모든 신제품은 매년 출시되며 컴퓨팅 성능이 2배씩 향상될 것이라는 계획도 함께 발표됐다.
HBM 내재화 선언…한국·미국 중심의 메모리 시장 흔들리나
화웨이의 이번 발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해 온 HBM 시장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HBM4 시대를 앞두고 있는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고층 적층(12단 이상), 초고속 전송속도(8GT/s 이상), 2048비트 인터페이스 등을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HBM 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다.
화웨이가 공개한 자체 HBM은 아직 정확한 사양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에 대응해 메모리 기술까지 내재화했다는 점에서 기술 자립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실제 기술 수준은 HBM3E나 HBM4 초기 단계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며, 공정 미세화, 열관리, 수율 확보 등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선두권과 격차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슈퍼팟’으로 클러스터 승부수…“단일 칩 한계, 연결로 넘는다”
화웨이는 이번 행사에서 메모리뿐 아니라 AI 클러스터 컴퓨팅 기술의 진화도 함께 공개했다. 어센드 칩을 수천 개 연결하는 ‘슈퍼팟(SuperPod)’ 기술을 통해, 단일 칩 성능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어센드 기반 그래픽카드 8,192개를 연결하는 ‘아틀라스 950’, 15,488개까지 확장 가능한 ‘아틀라스 960’을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쉬즈쥔 화웨이 순회 회장은 “TSMC 같은 글로벌 파운드리와 협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칩 자체 성능은 엔비디아에 미치지 못한다”면서도, “30년간의 장비 상호연결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팅 클러스터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기술 격차는 여전…“HBM4급 추격까지는 갈 길 멀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4 내부 인증을 완료하고 12단 적층 기반의 제품을 양산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HBM4 샘플을 글로벌 AI 기업에 공급 중이며, 양산 시점을 2025~2026년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HBM 기술의 신뢰성과 고성능, 전력 효율, 열관리 능력에서 검증을 마쳤으며, 엔비디아 등 주요 AI칩 기업들과 긴밀히 협업 중이다.
반면 화웨이의 HBM은 공개된 기술 사양이 부족하고, 실제 시장에서 검증된 상용 사례도 없다.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의 생산 인프라, 소재·장비 확보, 수율 개선 등 전반적인 요소를 감안하면, 단기간 내 선두 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완전히 좁히긴 어려울 전망이다.
반도체 자립 선언인가, 생존 전략인가…중국 기술 굴기의 시험대
화웨이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술 발표를 넘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정면으로 맞선 '기술 자립 선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 당국이 최근 자국 기업들에게 엔비디아의 RTX 6000D 칩 사용 중단을 지시한 직후, 자국산 AI칩과 자체 HBM을 내세운 점은 매우 상징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웨이 발표는 기술 완성도보다는 ‘내재화’와 ‘클러스터 전략’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며, “중국은 이제 단일 반도체 성능보다는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AI 기술 경쟁에 대응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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