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뒤흔들고 있다. AI 수요 폭증에 힘입어 2026년까지 고성장을 이어가던 HBM 시장이 2027년부터는 조정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30년에는 다시금 AI·데이터센터 중심의 고성능 컴퓨팅 수요에 힘입어 새로운 성장 사이클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구조 변화와 산업 패권 경쟁의 향방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붐의 수혜자, HBM은 어떻게 주역이 되었나
HBM은 인공지능(AI) 가속기와 서버에 필수적인 고속 메모리로,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핵심 부품이다. 2023년부터 본격화된 생성형 AI 열풍은 고성능 연산 인프라 수요를 자극했고, 이는 곧 HBM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최근 웨비나에서 “HBM은 2026년까지 메모리 산업의 수익성을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2026년까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매출이 1,700억 달러(약 235조 원), 영업이익률은 5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4년 980억 달러 대비 70% 이상 증가한 수치다.
AI 가속 서버 1대당 메모리 수요가 2024년 기준 2.0TB에서 2030년 4.6TB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추세는 전체 D램 수요 중 HBM의 비중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2027년부터는 가격 하락과 수익성 조정 불가피
테크인사이츠는 2027년 이후부터 HBM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유는 명확하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능력 증설이 본격화되면서,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2028년에는 HBM 가격이 전년 대비 2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 매출은 1,680억 달러로 소폭 감소하고, 영업이익률도 37%로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고비용 구조의 HBM은 가격 민감성이 높아, 경쟁 심화 시 수익성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메모리 업체들은 수율 안정화, 고객 맞춤형 공급 전략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조정기를 견디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2030년, AI 인프라 폭발이 HBM을 다시 끌어올린다
조정기를 거친 HBM 시장은 2030년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세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테크인사이츠는 2030년 메모리 시장 규모가 2,200억 달러(약 30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며, 그 중심에 HBM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4%에서 2030년 1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 HBM이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2030년 기준 AI 가속 서버는 전체 D램 비트 수요의 36%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전통 서버의 메모리 수요가 1.3TB인 데 비해 AI 서버는 4.6TB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2030년 HBM 비트 출하량은 105엑사비트(Eb)에 달하며, 이는 2024년 대비 연평균 57%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수치다.
SK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 HBM 전쟁의 총성은 울렸다
HBM 수요 증가에 맞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생산능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양대 업체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월 수십만 장 규모의 HBM 전용 웨이퍼 라인을 증설하고 있으며, 마이크론도 적극적으로 HBM 공급 확대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H200’에 HBM3E 단독 공급사로 선정되며 글로벌 HBM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12단 HBM4 샘플을 공개하고, 패키징 공정 및 고객 인증 테스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세 업체 모두 AI 중심의 반도체 수요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단기 조정, 장기 성장…HBM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HBM은 단기적으로는 공급과잉과 경쟁 격화로 수익성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AI와 고성능 컴퓨팅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며 재도약이 예상된다.
2026년까지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 구조가 유지되겠지만, 2027~2029년 사이에는 기업별 대응 전략의 성패에 따라 시장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2030년, 고성능 메모리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본격화되면서 ‘승자의 독식’ 구조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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