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당 10Gbps 요구…베라 루빈 최적화 목적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 ‘베라 루빈’의 성능 강화를 위해 HBM4(고대역폭 메모리) 사양 업그레이드를 주요 공급사에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HBM4의 핀당 속도를 기존보다 높은 10Gbps 수준으로 상향할 것을 공급사에 요구했다. 이는 기존 HBM3e 대비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기술력 경쟁 본격화

HBM4는 인공지능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특히 베이스 다이(Base Die)의 기술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4나노 핀펫 공정 기반의 HBM4 베이스 다이를 개발해 연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앞세워 시장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론 역시 인증 획득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전력 소모 고려한 사양 조정 가능성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가 속도 향상 외에도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HBM4의 전력 소모가 지나치게 증가하거나 공급이 불안정할 경우, 엔비디아는 사양 업그레이드를 철회하거나 공급사별로 차별화된 제품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서버 플랫폼의 전력 효율성과 운영비 절감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사 다변화 위한 인증 전략 변경

엔비디아는 특정 공급사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1차 인증을 통과한 제품 외에도 2차 인증 단계를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른 벤더에게 기술 개발 시간을 부여하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를 두고 공급사 간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견제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2025년 HBM4 1위는 SK하이닉스 유력

트렌드포스는 2025년 HBM4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성숙도, 생산 능력,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이력 등을 고려할 때 SK하이닉스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다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인증 속도를 단축하고 제품 성능을 끌어올릴 경우, 시장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요구, 업계 판도 재편 신호탄

엔비디아의 이번 사양 상향 요청은 단순한 성능 개선 요구를 넘어, AI 서버 플랫폼의 성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 업계는 속도, 전력 효율, 생산 역량, 파트너십 신뢰도 등 다양한 기준에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HBM4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AI 인프라 생태계 전반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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