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 새 판 짜는 K-반도체 양대산맥
AI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산업이 근본적인 구조 재편의 기로에 서 있다. 클라우드 서버는 물론 모바일 기기까지 AI 추론이 일상화되며, 설계와 메모리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9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케이던스라이브 코리아 2025(CadenceLIVE Korea 2025)’에서 두 회사는 차세대 AI 반도체 전략을 공개하며 치열한 기술 격돌을 벌였다.
삼성전자, ‘DTCO’ 전략으로 설계와 공정의 경계를 허물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경쟁의 해법으로 설계와 공정 기술의 동시 최적화(DTCO)를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백상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설계와 공정을 분리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전력, 성능, 면적(PPA)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DTCO 전략은 설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공정 기술로 보완하거나, 반대로 공정 특성에 맞게 설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법은 3나노 공정 이후 더욱 복잡해진 설계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기술로는 ‘하이퍼셀(Hyper Cell)’과 ‘퓨전셀(Fusion Cell)’이 소개됐다.
하이퍼셀은 인접 채널을 병합해 고밀도 셀에서도 속도 저하를 막고, 전류 구동 능력을 높이는 구조를 갖췄다. 퓨전셀은 고성능(HP) 셀과 저전력(ULP) 셀을 하나의 셀 라이브러리로 통합해, 설계자가 상황에 따라 최적의 성능·전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들이 2나노급 파운드리 공정(SF2P)에 본격 적용 중이며, 케이던스와의 협력을 통해 실제 제품 설계에서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추론 시대를 위한 ‘풀스택 메모리’로 AI 시장 공략
SK하이닉스는 AI 연산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전체 메모리 계층 구조를 수직 통합한 ‘풀스택 메모리’ 전략을 강조했다.
발표자로 나선 김천성 SK하이닉스 사장은 “AI 추론 환경에서는 메모리가 단순 저장 장치가 아니라, 실시간 연산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작동한다”며 “HBM, D램, SSD를 통합한 포트폴리오로 고속 처리와 전력 효율을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4의 내부 인증을 완료하고 양산 준비를 마쳤으며, AI 서버에 특화된 고성능 SSD 제품을 통해 데이터 집약적 워크로드에 빠르고 안정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DRAM과 플래시 사이의 대역폭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고대역폭 플래시(HBF)’ 기술도 적극 개발 중이다.
이 같은 풀스택 전략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 시스템 아키텍처 수준의 통합 솔루션 제공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같은 목표, 다른 길… 설계 최적화 vs 데이터 흐름 최적화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모두 AI 시대의 병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접근 방식은 뚜렷하게 다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칩 자체의 구조와 설계 방식을 재해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설계-공정 공동 최적화를 통해 미세 공정 한계를 넘어 성능과 수율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데이터가 흐르는 전체 경로를 최적화하는 전략을 택했다.HBM부터 SSD까지 계층 구조를 통합함으로써, AI 추론 시 발생하는 지연 시간과 전력 소모를 동시에 줄이려는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칩 설계 레벨에서의 혁신을, SK는 시스템 레벨에서의 통합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 구분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
| 전략 키워드 | DTCO (설계–공정 동시 최적화) | 풀스택 메모리 (HBM~SSD 통합) |
| 핵심 기술 | 하이퍼셀·퓨전셀·2나노 공정 | HBM4·eSSD·HBF(고대역폭 플래시) |
| 목표 지점 | 칩 성능(PPA) 및 수율 극대화 | AI 추론 환경에서 데이터 흐름 최적화 |
| 기술 적용 시점 | SF2P 공정 설계 키트 적용 중 | HBM4 인증 완료·양산 준비 |
| 전략 성격 | 칩 내부 구조 혁신 | 시스템 전반 최적화 |
반도체 판도 바꿀 ‘리디자인’ 전쟁… 왜 지금인가?
AI의 연산 구조가 변화하면서, 더 이상 단일 칩 성능만으로는 전체 시스템 효율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AI가 데이터센터에서 엣지 디바이스까지 확산되면서, 칩의 전력 효율, 설계 복잡도, 저장-전송 구조까지 모두가 새롭게 설계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DTCO 전략은 고도화된 설계 라이브러리와 2나노 공정의 실제 적용을 통해 양산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풀스택 전략으로 메모리–스토리지 병목을 동시에 타파하며, GPU 중심 AI 인프라의 새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2025년은 실험실 수준의 기술들이 실제 제품에 적용되기 시작하는 전환점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이제 설계와 메모리, 두 축의 총체적 전쟁 국면으로 진입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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