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취향을 읽는 AI, 가격보다 경험의 시대를 연다

프라임데이와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를 지나 이커머스 전쟁은 연말 정점으로 치닫는다.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 특수는 단순히 매출 총량이 커지는 시기가 아니다. 올해는 특히 AI 기반 추천과 개인화 서비스가 성패를 가를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경쟁은 이미 기본 전제이고, 소비자들이 진짜로 반응하는 것은 ‘나에게 맞는 쇼핑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미지=구글 whisk 생성
이미지=구글 whisk 생성

AI 추천, 판매 전환율의 마법사

아마존은 오래전부터 추천 알고리즘을 핵심 무기로 삼아왔다. “이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이런 상품도 함께 구매했습니다”라는 단순한 문구가 매출의 30% 이상을 만들어낸다는 건 업계의 상식이다. 하지만 올해 연말은 한 단계 더 진화한다. 아마존은 생성형 AI 기반 개인화 추천을 확대해, 소비자의 검색 기록·구매 이력뿐 아니라 실시간 행동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예컨대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의 패션 페이지를 몇 분간 머물렀다면, 바로 관련 상품을 영상 콘텐츠와 함께 제안하는 식이다. 추천이 ‘보조’가 아니라 ‘주도’로 변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틱톡커머스 역시 AI 추천에서 강력한 행보를 보인다. 알리바바는 소비자가 광군제에서 남긴 데이터와 후기를 분석해, 연말 시즌에 맞춘 개인화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틱톡커머스는 숏폼 영상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어떤 콘텐츠에 더 오래 반응하는지 분석해 즉각 상품 제안을 띄운다. 영상과 쇼핑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다.

소비자 경험, 가격보다 깊이 연결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저렴한 상품’을 찾는 게 아니다. ‘나에게 맞는 상품, 나만의 제안’을 원한다. AI 추천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누군가에게는 화려한 패션 제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합리적 전자제품 번들이 자동으로 제시된다. 소비자는 마치 개인 쇼핑 어시스턴트를 고용한 듯한 경험을 한다.

이 개인화 경험은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은 가격이 아니라 ‘나를 이해한다’는 감각에서 나온다. 특히 연말 시즌처럼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는, AI 추천이 소비자의 선택 피로를 줄여주며 구매를 이끈다.

한국 플랫폼의 도전과 가능성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개인화 서비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별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을 연결해 개인 맞춤형 결과를 제공한다. SSG·롯데온 등 대형 유통사들도 AI 추천 엔진을 도입해 상품 노출 효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에 비하면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 첫째, 데이터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는 글로벌 소비자 수억 명의 데이터를 학습시키지만,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풀에서 경쟁해야 한다. 둘째, 개인화의 정교함에서도 격차가 있다. 단순히 “최근 본 상품”을 노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맥락까지 읽어내는 AI 추천으로 진화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자사몰 데이터와 외부 플랫폼 데이터를 결합한 통합 AI 추천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에 맞춘 프라이버시 친화형 AI 추천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소비자에게는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데이터 활용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개인화가 생산과 유통을 바꾼다

AI 추천은 단순히 소비자 경험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품이 어떤 세그먼트에서 잘 팔리는지, AI가 실시간으로 예측하면서 생산과 유통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제조업체는 AI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시즌 생산량을 조정하고, 물류 기업은 특정 카테고리의 수요 폭증을 사전에 대비한다. 개인화가 곧 산업 구조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도구가 되는 셈이다.

2026년을 향한 신호

올해 연말 쇼핑 시즌은 단순한 매출 경쟁을 넘어, AI 개인화가 본격적으로 산업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가격 경쟁은 모든 기업이 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이 플랫폼은 나를 이해한다”는 경험을 주는 기업만이 장기적 승자가 된다.

다가올 2026년에는 개인화가 단순 추천을 넘어, 구독 서비스·정기 배송·초개인화 마케팅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연말 쇼핑 대전은 그 미래를 앞당겨 보여주는 무대다. 결국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자는 가장 싸게 파는 기업이 아니라, AI를 통해 소비자와 가장 깊이 연결된 기업이 될 것이다.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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