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데이터, 오프라인을 다시 e커머스로 연결하다
연말 글로벌 쇼핑 대전이 온라인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동안, 국내 유통 시장에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오프라인 강자들이 단순 매장을 넘어 온·오프라인 융합형 커머스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리브영과 다이소다. 이들은 각각 뷰티와 생활용품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신유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올리브영: 옴니채널 뷰티 플랫폼으로
올리브영은 이미 ‘뷰티 편집숍’을 넘어 옴니채널 뷰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매장 경험과 온라인몰을 긴밀히 연결해, 소비자에게 끊김 없는 쇼핑을 제공한다. 예컨대 매장에서 상품을 테스트한 뒤 모바일 앱에서 바로 구매하거나, 온라인 주문 후 근처 매장에서 당일 픽업하는 O2O 서비스가 가능하다.
여기에 AI 추천 서비스가 접목되면서 진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올리브영 앱은 사용자의 피부 타입·선호 브랜드·구매 이력을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한다. 단순한 할인 제안이 아니라, “당신의 피부 톤에 맞는 파운데이션”처럼 개인화된 제안이다. 연말 시즌 한정 기프트 세트도 AI가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노출되면서, 구매 전환율이 높아지고 있다.
올리브영은 또 오프라인 매장을 체험 공간으로 차별화한다. AI 피부 진단 기기, 가상 메이크업 체험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단순 판매점이 아니라 ‘디지털 뷰티 라운지’로 변신 중이다. 소비자는 오프라인에서 경험하고, 온라인에서 반복 구매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이소: 생활용품의 데이터 혁신
다이소는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브랜드지만, 최근 몇 년간은 온라인 채널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매장 데이터와 온라인 데이터를 결합한 상품 기획이 눈길을 끈다. 전국 수천 개 매장에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온라인몰에 추천 상품으로 노출하거나, 반대로 온라인 인기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 빠르게 입점시키는 방식이다.
다이소는 AI 수요 예측을 통해 계절별·지역별 인기 상품을 미리 계산한다. 예컨대 연말에는 파티용품과 수납 용품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를 데이터로 사전에 예측해 매장 진열과 온라인 특가 이벤트를 동시에 준비한다. 이렇게 온·오프 데이터를 결합해 기획되는 상품군은 소비자에게 ‘항상 필요한 물건이 있는 매장’이라는 인식을 강화한다.
온·오프 융합이 주는 산업적 의미
올리브영과 다이소의 전략은 단순히 매출 다변화를 넘어, 신유통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다. 온라인은 가격·편의성을, 오프라인은 체험·즉시성을 제공한다. 두 채널을 AI와 데이터로 연결하면, 소비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모델은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시사점이 크다. 단순히 온라인 할인 이벤트로는 더 이상 차별화하기 어렵다.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기업이라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오프 경계를 허무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2026년을 향한 전망
연말 쇼핑 대전의 마지막 장면은 결국 온·오프라인의 융합으로 귀결된다. 글로벌 플랫폼이 AI와 물류 혁신으로 경쟁한다면, 국내 신유통은 체험·데이터·개인화를 무기로 성장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K-뷰티 허브로, 다이소는 생활 플랫폼으로 각각 자리매김하며 글로벌 진출도 노리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은 단순히 ‘매장을 많이 가진 것’이 아니라, 매장 데이터를 디지털로 연결해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2025년 이커머스 전쟁이 온라인 무대에서 벌어졌다면, 2026년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하이브리드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승자는 가장 저렴한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온·오프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 기업일 것이다.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